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학자 E.J. 안토니(Dr. E.J. Antoni)를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 차기 국장으로 지명하겠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높이 존경받는 경제학자 안토니 박사를 BLS 국장 후보로 지명하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사진: Donald J. Trump via Truth Social
맥엔터퍼 전격 해임 이후 한 달 만에 후임 제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1일 에리카 맥엔터퍼(Erika McEntarfer) 당시 BLS 국장을 전격 해임한 바 있다. 맥엔터퍼 전 국장은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둔화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직위를 잃었다. 당시 BLS는 6월과 5월의 고용 증가치를 대폭 하향 수정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용지표를 조작했다”는 이례적인 공개 비판과 함께 해임 결정을 내렸다.
재계와 학계는 8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불과 3주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맥엔터퍼 전격 해임을 두고 “통계기관의 독립성 약화 우려”라며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정직하고 정확한 수치’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출신
E.J. 안토니 박사는 워싱턴 D.C. 소재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집계 방식이 물가·고용 지표를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포장한다며 BLS 통계 방식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헤리티지재단은 1973년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보수·자유시장 경제 정책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다수 발간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이후 법인세 인하·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할 때 주요 자문 역할을 했던 점도 잘 알려져 있다.
안토니 박사는 펜실베이니아주 세인트빈센트칼리지에서 학사, 노트르담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그는 헤리티지재단 합류 전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재무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원인’과 ‘재정적자와 성장률’ 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트럼프 “경제 호황…정직하고 정확한 수치 약속”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올린 글에서 “우리 경제(Economy)는 호황(Booming)이다”라며 “안토니 박사가 공개할 수치는 ‘HONEST and ACCURATE’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새 역할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일을 해낼 것”이라며 “축하한다, E.J.!”라는 축하 메시지를 덧붙였다.
“I know E.J. Antoni will do an incredible job in this new role. Congratulations E.J.!” — Donald J. Trump, Truth Social, 2025.08.11
일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글을 “사실상 BLS 국장직 인사 발표”라고 규정하면서, 상원 인준 절차가 언제 시작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고 전했다.
BLS 국장이란?
BLS 국장은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산하 통계기관인 BLS를 총괄하며, 월간 고용보고서·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 등 주요 경제지표를 공표한다. 통계의 신뢰도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결정과 의회 재정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 “경제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지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BLS는 1884년 창설된 이후 장기적으로 비정치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왔다. 통계 기관장이 대통령의 직접 해임으로 교체된 사례는 극히 드물며, 이는 데이터 신뢰성과 국제 금융시장의 미국 경제 해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통계 독립성과 시장 파급
본지 취재진이 만난 워싱턴 D.C.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안토니 박사의 통계 접근법이 기존 BLS 관행과 상충할 경우, 데이터 발표 일정이나 방법론이 조정될 수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투자은행(IB) 애널리스트들 역시 “노동지표는 달러화 방향성을 결정 짓는 핵심 변수”라며 “BLS 내부 변화가 장·단기 채권금리 및 주가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정책적 중립성·연구 윤리 등을 둘러싼 검증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실제 임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절차
미 연방법에 따르면 BLS 국장은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H.E.L.P.)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임명된다. 상원 과반이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지는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변동 요인이 크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맥엔터퍼 전 국장의 전격 해임과 맞물려, 야당 의원들이 통계기관의 독립성 훼손을 거론하며 ‘안토니 카드’에 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현행 통계 방식이 과거보다 과대평가 편향을 보인다”는 논리를 내세워 안토니 박사 임명을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절차가 지연되더라도 안토니 박사가 인플레이션·임금지표 분석에 특화된 만큼 성과 지향적 통계개혁을 이끌 적임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용어 해설
- BLS(미 노동통계국): 미국 노동부 산하의 공식 통계기관. 고용보고서(CPS·CES), CPI, PPI 등 핵심 경제지표를 산출한다.
- 헤리티지재단: 미국의 대표적 보수 연구기관으로, 정부 규제 축소·감세 정책을 지지하는 보고서를 다수 발간한다.
- Truth Social: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2년 설립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위터(현 X) 계정 정지 이후 주요 메시지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기자 의견
필자는 BLS 국장직이 통계적 신뢰를 비정치적 지대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색채가 강한 인물”로 꼽히는 안토니 박사의 지명이 자칫 통계기관의 독립성 논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의 핵심 공약인 ‘집계 방식 투명화·검증 절차 강화’가 실제로 실행될 경우, 오히려 통계 신뢰 제고의 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상원 청문회를 통해 통계 방법론·데이터 품질관리 체계가 충분히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향후 글로벌 투자자들은 안토니 박사의 데이터 발표 방식을 주시하며, 고용·물가 지표의 신뢰도를 스스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통계 발표 당일 오후(미 동부시간)까지 외환·채권·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도 있어, 증시 참가자들은 리스크 관리 전략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