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감에 국제유가 하락 압력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 선물가격은 0.09달러(−0.14%) 하락했고, 9월물 RBOB 가솔린 선물가격도 0.172달러(−0.82%) 떨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강세, 지정학적 변수,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증산 계획 등 복합적 요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지수(DXY)는 1주일 만의 최고치로 올라 국제유가를 압박했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 표시로 거래되는 원유는 상대적으로 비싸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는 기대가 퍼지면서, 대(對)러시아 에너지 제재가 완화돼 글로벌 원유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토 양보는 결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전쟁의 조기 종식 가능성에 제동이 걸려 낙폭을 제한했다.

“우크라이나는 단 한 치의 영토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용어 설명
WTI1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미국산 기준유다.
RBOB2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규제에 맞춰 배합되는 가솔린 선물이다.
DXY3는 6개 기축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지수다.
OPEC+4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이 만든 연합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금요일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전쟁 종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담이 성사되면 대러 제재 완화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 재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휴전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국가에 신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주 그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인도에 대해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다. JP모건체이스는 “세 자릿수 관세가 실제 집행될 경우 OPEC 여유 생산능력으로는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OPEC+는 8월 2일 회의에서 9월 1일부로 하루 54만7000배럴(bpd)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년간 유지해온 감산을 단계적으로 되돌려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bpd를 회복하는 로드맵의 일환이다.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2831만bpd로 전월 대비 2만bpd 감소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대응해 20개 러시아 은행을 SWIFT 결제망에서 추가 퇴출하고, “셰도우 플리트”(제재 회피 선박) 105척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 참여 지분이 있는 인도 정유소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시장조사기관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8월 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에 저장된 원유 물량은 전주 대비 5% 감소한 8,052만배럴로 집계됐다. 부유식(浮遊式) 재고 축소는 공급 긴장감을 높여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8월 1일 주간 보고서에서 미국 원유 재고가 최근 5년 평균 대비 6.5% 낮다고 밝혔다. 휘발유 재고는 0.3% 낮고, 증류유(경유·항공유 등)는 무려 16.1%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간 기준 1328만4천bpd로 전주 대비 0.2% 감소했으며, 2024년 12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363만1천bpd보다는 소폭 밑돌았다.

석유 서비스 기업 베이커휴스는 8월 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기(Rig) 수가 전주보다 1기 늘어난 411기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크게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 시각
달러 강세, OPEC+ 증산, 러시아 제재·관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가 가장 큰 변수로, 회담 결과와 EU·미국의 제재 구체화 여부에 따라 수급 균형이 바뀔 여지가 크다. 공급 쪽에서 예상치 못한 ‘플러스 쇼크’(제재 해제)나 ‘마이너스 쇼크’(관세 확대)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또한 부유식 재고 감소와 미국 정제제품 재고 부족은 수요 측면에서 계절적 상승 요인을 제공한다. 투자자들은 달러지수와 베이커휴스 리그 카운트, 그리고 OPEC+의 분기별 생산 결정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1 WTI: West Texas Intermediate.2 RBOB: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3 DXY: U.S. Dollar Index.4 OPEC+: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plus 주요 비회원 산유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