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로 약세에 힘입어 1주 최고치…금·은 가격은 급락

달러 인덱스 1주 최고치 기록

DXY(달러 인덱스)가 0.38% 상승하며 1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강세의 직접적인 배경은 유로화 하락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토 양보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 이번 주말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전쟁이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는 장 초반 강하게 올랐으나, 미셸 보우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노동시장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3차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고점에서는 일부 되돌림이 나타났다.

“노동시장 추가 침식을 막고,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큰 폭의 정책 수정이 필요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9월 회의에서 첫 번째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
— 미셸 보우먼 Fed 이사


인사·정책 변수

달러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도 존재한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임시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시장은 미런을 ‘비둘기파(완화적)’로 분류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지지 기조에 힘을 실어줄 인물로 인식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수입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지난 수요일 발표했다. 다만 미국 내 생산 계획을 제출하는 기업에는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반도체를 활용한 전자제품에도 별도 세금이 매겨지며,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한다는 이유로 인도산 제품 관세는 25%→50%로 인상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조치들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까지 치솟을 것으로 계산했다.


주요 통화 동향

EUR/USD는 0.31% 하락하며 달러 강세에 무게를 더했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스왑 시장은 9월 11일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7%로 반영하고 있지만, 트럼프발 보호무역정책이 유로존 성장률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USD/JPY는 0.16% 상승했다. 일본은 ‘산의 날’ 휴일로 현지 금융시장이 휴장해 거래량이 얇았으나, 미국 관세정책이 일본 수출 의존형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다만 미 국채 수익률 하락이 엔화 낙폭을 일부 제한했다.


상품시장: 금·은 약세

12월물 금(GCZ2)은 2.31%(80.60달러) 급락해 1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9월물 은(SIU2)도 1.78%(0.687달러) 내렸다. 달러 강세가 귀금속 가격을 압박한 가운데, 미 행정부가 “금괴는 관세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한 점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보우먼 이사의 발언으로 연준이 완화 기조 전환을 시사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일부 유입됐다. 또한 우크라이나·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여전히 살아 있다. 실제로 지난주 금 ETF 보유량은 2년래 최고치, 은 ETF 보유량은 3년래 최고치로 집계됐다.


파생·금리 시장 반응

연방기금선물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88%,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63%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미 증시 강세와 맞물려 ‘소프트랜딩’ 시나리오가 우세하다는 방증이다.


전문가 시각 및 해설

• DXY란?
달러 인덱스(Dollar Index)는 달러 가치를 6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크로네, 스위스프랑) 대비 가중평균한 지수다. 유로 비중이 57.6%에 달해 유로 변동성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 연방기금선물이란?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은 특정 시점의 연방기금금리를 예상해 거래하는 선물상품으로, 시장 참가자들의 금리 전망을 실시간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 관세정책 파급
100% 반도체 관세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유도해 ‘리쇼어링’(해외 이전 생산시설의 본국 복귀)에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부품 가격 인상→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게다가 파트너 국가들의 보복관세 가능성도 상존한다.

• 귀금속 투자 관점
물가가 다시 오르거나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금은 전통적인 헤지 자산으로서 수요가 재차 확대될 소지가 있다. ETF 자금 유입 흐름이 유지된다면,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 평가

결국 달러 강세관세 리스크가 글로벌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유로·엔 약세가 동반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일본 경제에는 역풍이 불 수 있다. 반면 미국 내수·고용은 관세의 단기적 물가 상승 압력과 연준의 인하 시그널이 충돌하는 만큼, ‘인플레이션·경기·통화정책’ 삼각 변수 간 미묘한 균형점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투자자들은 9월 FOMC와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하며 포트폴리오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