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리, 세계 10% 점유 코코아 트레이더 투통 인수 협상 중

글로벌 에너지·원자재 그룹 하트리, 프랑스 거대 코코아 트레이더 투통 인수 추진

글로벌 에너지·원자재 트레이더인 하트리 파트너스(Hartree Partners)가 전 세계 코코아 시장 점유율 약 10%를 확보한 프랑스 농산업기업 투통(Touton) 인수를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은 하트리가 투통 경영진과 약 한 달 전 런던에서 대면 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인수 조건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하트리 공동 창립자 스티븐 헨델(Stephen Hendel)과 투자 책임자 스콧 레비(Scott Levy)가 직접 자리해 협상에 무게를 실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소식통 역시 하트리의 투통 인수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지만, 세부 조건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양측 모두 민감한 사안임을 이유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트리는 로이터에 “시장 루머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투통은 취재 요청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서아프리카 원산지 충격으로 불리는 올해 초유의 공급난은 코코아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독립계 트레이더들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코코아의 60% 이상을 생산하는 코트디부아르가나에서 잇따른 이상 기후와 병충해가 발생해 작황이 급격히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톤당 12,000달러를 돌파하며 한때 대부분의 산업용 금속 가격을 넘어섰고, 현재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변동성을 이어 가고 있다.

ICE 선물거래소는 이러한 급등·변동성에 대응해 거래 참가자에게 대규모 현금 증거금을 요구하고 있다. 증거금은 잠재적 손실을 막기 위한 담보 형태로,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요구액 역시 급증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에 기반을 둔 국제 선물거래소로, 코코아·커피·설탕 등 소프트 상품 가격의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입은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시장을 이탈하면서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일부 코코아 트레이더는 선물 포지션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기록해 금융기관의 여신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한 글로벌 농산물 무역사의 코코아 트레이딩 책임자는 “은행들이 이제 코코아와 커피를 고위험 자산으로 인식한다”고 전했다.

투통은 2024년 3월 마감 회계연도에 1억 3,000만 유로(약 1억 5,153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1,700만 유로 대비 7배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은 이를 ‘일시적 특수’로 판단하고 자금 지원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트리의 자본력은 이러한 환경에서 큰 경쟁우위가 된다. 하트리는 작년 영국 ED&F Man Commodities를 인수하며 설탕·커피 시장에 본격 진입했고, 이번 투통 인수까지 성사되면 소프트 상품 포트폴리오를 단숨에 확장할 수 있다.

하트리는 사모펀드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Oaktree Capital Management)와 전직 골드만삭스 에너지 트레이딩 총괄 출신인 헨델·스티븐 셈리츠(Stephen Semlitz)·가이 메리슨(Guy Merison)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오크트리는 6월 30일 기준 2,090억 달러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한다.

거래에 정통한 네 명의 코코아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투통 최고경영자 패트릭 드 부삭(Patrick de Boussac)은 정년을 앞두고 지분 매각을 모색 중이다.

“하트리는 사고 싶어 하고, 투통은 팔고 싶어 한다. 가격만 맞으면 거래는 성사될 것” — 다국적 농산물 무역사 코코아 트레이딩 헤드

소프트 커머더티(Soft Commodity)는 금속·에너지처럼 지하에서 채굴되는 하드 커머더티와 달리, 재배·가공을 통해 생산되는 농산물을 지칭한다. 코코아·커피·설탕 등이 대표적이며 기후변화와 병충해에 민감하다.

[기자 해설: 인수 성공 가능성과 시장 파급효과]

현재 코코아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독립 트레이더들의 재무 건전성을 빠르게 훼손하고 있다. 대형 자본을 보유한 하트리는 투통의 물량·노하우를 흡수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거래소 증거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반면 경쟁사들은 공급망 확보와 자금 조달 측면에서 추가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하트리가 지난해 ED&F Man Commodities 인수를 통해 구축한 통합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투통의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결합되면, 가격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할 ‘대형 프라임 브로커’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투통이 추진해 온 지속가능한 조달 프로그램서플라이 체인 투명성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원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에 매력적인 자산이다. 하트리가 이를 유지·확대할 경우, 향후 초콜릿 제조사와의 장기 계약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협상의 최종 결과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서아프리카 생산 차질이라는 구조적 위험이 지속되는 한 자본력이 풍부한 플레이어가 시장 재편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본문에 사용된 환율은 1달러=0.8579유로(기사 작성 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