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S 국장 해임 후 CPI 신뢰도 시험대…2.1조 달러 TIPS 시장 흔들리나

월간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소비자물가지수, CPI)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 국장을 해임한 이후 한층 면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해임 조치는 인플레이션 헤지용 미 재무부 증권(Inflation-Protected Securities, TIPS) 시장 규모 2조1천억 달러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화요일 발표될 CPI는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데이터의 무결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일리카 맥엔터퍼(Erika McEntarfer) 전 국장이 고용통계 조작 의혹을 받는다며 전격 해임했다.

현재까지 후임 BLS 국장 임명 여부는 불투명하다. 투자자들이 데이터의 정치화를 의심할 만한 단서가 포착될 경우, CPI 수집 과정 전반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되면 투자자들은 TIPS(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돼 원금이 조정되는 물가연동국채)를 보유하기 위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연준의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아울러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TIPS 시장 특성상 수익률 상승폭이 명목국채보다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를 정확히 계산하느냐는 학술적 논쟁이 아니다. 이 숫자는 TIPS와 직결되는 실제 돈 문제다,”

라고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강조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코로나19 이후 최근 몇 년간 BLS 데이터에서 역사적으로 비정상적인 수정이 반복돼 정확성·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BLS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LS는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 발표된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급격히 약화되자 맥엔터퍼 전 국장을 해임했다. 해당 고용보고서는 이전 두 달 치 고용 증가치가 대폭 하향 수정됐음을 보여주며,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놓칠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BLSCPI 집계도 담당한다. CPI는 연준과 투자자가 인플레이션 흐름을 판단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핵심적으로 참조하는 지표다.

“정책결정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문제다. TIPSCPI 변동에 따라 조정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고 모건스탠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게이펜은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호가 덜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시장의 기간 프리미엄(장기금리에 포함되는 위험보상)이 변동할 수 있으며, 이는 시의적절한 정책 운용 능력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BLS의 CPI 산출 방식은 전국에서 선정한 수천 개 상점·서비스업체·임대주택·온라인 판매처 가격을 매달 추출해 상품·서비스 바스켓의 변동을 추적하는 구조다.


미국 통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투자자들은 은행 리서치 등 민간 데이터에 의존해 경제 상황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전망이다.

또한 단일 지표 발표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장기 추세를 확인한 뒤 판단하려는 관망 태도가 확산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추정치 모두 오차 범위가 더 넓어졌다고 보고, 월간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한 발 물러나 전체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

고 나틱시스 투자운용의 포트폴리오 전략가 가릿 멜슨은 설명했다.

다만 TIPS는 구조적으로 CPI에 연동되므로, 투자자는 결국 해당 지표에 의존해야 한다.

현재까지 맥엔터퍼 해임 이후 TIPS 시장은 큰 변동이 없다. 10년물 TIPS 금리는 1.864%로 8월 1일 대비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그러나 TD증권BLS 차기 국장이 편향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TIPS 시장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백악관은 TIPS 수익률 변동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8월 6일자 노트에서

CPI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TIPS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을 상실한다면, 전반적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요 위축은 TIPS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며, 명목국채와 TIPS 금리 차이(시장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축소된다. 금리는 가격과 관계다.

나틱시스의 멜슨은

“이 경우 나타나는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연준의 정책 결정에도 되먹임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