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3만 달러대 신형 전기 중형 픽업 포함 ‘합리적 전기차’ 라인업 2027년 출시 예고

포드(Ford)가 2027년부터 합리적 가격대 전기차(EV) 신제품군을 단계적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첫 타자는 약 3만 달러(약 4,110만 원)를 목표로 한 중형 4도어 픽업 트럭이다. 미국 전통 완성차 업체가 중국 제조사 수준의 비용 효율성 달성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중형 픽업은 켄터키주 루이빌(Louisville)에 위치한 포드 공장에서 조립될 예정이다. 포드는 이 공장에 약 20억 달러추가 투자2,2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완성차 업체인 비야디(BYD) 등은 공급망 단순화와 생산 효율 극대화로 서구권 업체 대비 매우 낮은 비용으로 EV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아직 미국 시장에 본격 진입하지 않았지만, 포드 최고경영자(CEO) 짐 패럴리(Jim Farley)는 “중국 업체가 만들어 놓은 새로운 원가 기준을 포드도 반드시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트로이트 완성차 업체들은 수차례 ‘저가 차량 도전’에 나섰지만, 번번이 공장 가동 중단·인력 감축·시장 불확실성으로 끝났다. 이번엔 지속 가능하면서도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이 돼야 한다.” — 짐 패럴리 CEO

포드는 ‘스컹크웍스(skunkworks) 팀’이라 불리는 별도 조직을 통해 신형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이 팀은 테슬라(Tesla)리비안(Rivian) 출신 인재를 대거 영입해 캘리포니아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패럴리 CEO조차 출입증 없이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에피소드가 공개될 만큼 보안과 자율성을 보장받았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6월 미국 내 EV 평균 판매 가격은 약 4만7,000달러였다. 반면 중국산 EV 상당수는 1만~2만5,000달러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전기차 구매 의사 결정에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가 후원한 EV 스타트업 슬레이트(Slate)2만 중반 달러 가격의 전기 픽업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 역시 더 저렴한 모델을 올해 말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비안루시드(Lucid)도 각각 4만~5만 달러대 보급형 모델을 준비 중이다.

전략 수정과 비용 절감 압박

포드는 2020년대 초 공격적인 EV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손실 확대에 따라 일부 목표를 축소했다. 3열 전기 SUV 개발을 취소했고, 차세대 전기 아키텍처 프로젝트도 폐기했다. 포드는 ‘스컹크웍스’에서 개발 중인 중형 트럭을 2027년 생산한다는 계획만 남겼다.

올해 초 포드는 EV·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최대 55억 달러 손실을 예상했다. 2023~2024년 두 해 동안 해당 부문 손실은 약 100억 달러에 달했다. 패럴리 CEO는 “새로운 EV 제품군은 출시 1년 내 흑자 전환이 목표”라고 밝혔다.

포드의 현행 EV 라인업은 머스탱 마하-E(Mustang Mach-E) SUV, E-트랜짓(E-Transit) 밴, F-150 라이트닝(Lightning) 픽업 등 세 종이다. 그러나 이들 차량의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27% 증가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정책 환경 변화와 수요 위축

7,500달러 소비자 세액공제 종료, 배출가스 규제 완화, 충전 인프라 예산 축소 등의 정책 변화는 EV 수요를 더욱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패럴리 CEO는 “미국 EV 시장은 도심 통근용 소형차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며 집중 전략을 시사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허머(Hummer)에서 이쿼녹스(Equinox)까지 전 차종 전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GM은 차량 기초 구조를 EV 전용으로 개발해 포괄적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다. 이에 비해 포드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배터리를 적용해 출시 속도를 높였지만, 통합 플랫폼 개발과 출시가 지연됐다. 포드는 이날 통합 플랫폼 세부 정보를 공개하며 향후 방향성을 제시했다.

LFP 배터리 선택의 의미

포드는 차세대 EV 제품군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도입한다. LFP는 가격이 저렴하고 열 안정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드는 중국 CATL의 기술을 활용해 미시간주 마셜(Marshall) 공장에서 배터리를 생산, 차량 원가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스컹크웍스(skunkworks)란 통상 본사와 별도의 독립 조직에서 혁신 과제를 기밀로 추진하는 방식을 뜻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록히드마틴 항공기 개발팀에서 유래했으며, 빠른 의사결정과 최소한의 관료주의가 특징이다.

전망과 기자 해설

포드의 ‘3만 달러 중형 EV 픽업’은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합리적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시장 저변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산 저가 모델이 본격 상륙할 경우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한, 미국 내 충전 인프라 확충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중장기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포드의 성패는 플랫폼 통합·배터리 원가 절감·생산 효율 개선의 3박자를 얼마나 빠르게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