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홍콩 고등법원(High Court)이 2025년 8월 11일 국유 지원 부동산 개발사 차이나 사우스 시티(China South City Holdings Ltd.)에 대해 강제 청산(wind-up) 명령을 내렸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국가가 지분을 보유한 중국 본토 부동산 개발사 가운데 처음으로 법원이 공식 청산을 명령한 사례다. 시장에서는 이를 중국 부동산 업계 전반에 대한 규제·유동성 압박이 국유-배경 기업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산(wind-up)’이란 무엇인가?
청산은 법원이 회사의 자산을 매각(처분)해 채권자에게 공정하게 배분하고, 회사 자체를 해산하는 절차를 말한다. 홍콩 법원에서 내려진 강제 청산 명령은 해당 기업이 스스로 경영을 정상화하거나 채무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시사한다.
차이나 사우스 시티는 중국 본토에서 종합 물류·무역센터를 개발·운영하는 기업으로, 2002년 설립 후 선전·난창·시안 등 10여 개 도시에 대규모 산업단지 형태의 복합 물류 단지를 조성해 왔다. 회사는 2024 회계연도 기준 자산총액 약 1,600억 위안(약 30조 원)을 공시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높은 레버리지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이번 판결은 국유 지원이라는 ‘안전망’이 더 이상 부실기업에 무조건적 보호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 법원 설명문 중
부동산 시장에 미칠 잠재적 파장
중국 당국은 2020년 ‘삼중선(red-lines)’ 정책을 도입해 부동산 기업의 부채 비율을 단계적으로 제한해 왔다. 이 과정에서 헝다(Evergrande)·파산화력썬억(Sunac) 등 민영 디벨로퍼뿐 아니라 국유지분 기업도 채무 상환 압박을 받는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차이나 사우스 시티의 청산은 이러한 정책 기조가 ‘국유냐 민영이냐’를 불문하고 엄격히 적용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시장 전문가는 “국유 지원 기업의 파산은 투자자들, 특히 홍콩 달러 사채(HK-dollar bond) 시장에서 중국계 부동산 채권을 보유한 글로벌 펀드의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기업 신용 리스크 프리미엄이 확대되면, 후속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부동산 업황 개선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용어 설명
• 국유 지원(State-backed) : 중앙·지방 정부 혹은 국유기업이 주요 지분을 보유하거나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형태.
• 종합 물류·무역센터 : 창고, 전시·판매시설, 전자상거래 플랫폼, 금융·통관 서비스를 한곳에 모은 대형 복합단지.
• 청산(liquidation) : 회사 자산 매각 → 채권자 변제 → 법인 해산 순으로 진행되는 파산 절차의 일종.
향후 전망 및 관전 포인트
첫째, 법원이 실제로 청산 집행인(liquidator)을 선임하고 자산 매각 절차를 개시하면, 프로젝트별 토지사용권·물류 창고 등 실물 자산이 얼마만큼 가치를 인정받을지가 관건이다.
둘째, 동일 업종 내 다른 국유 지원 디벨로퍼의 차입 구조도 정밀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채권단은 미리 담보 가치 재평가를 진행하거나, 조기상환 옵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완화적 화폐정책 또는 지방정부의 재정지원 카드를 확대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광범위한 정책 완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소형 개발사를 중심으로 연쇄 부실화가 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례는 홍콩 사법 시스템이 중국 본토 기업의 파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선례가 된다. 홍콩은 국제 금융허브로서, 외국인 투자자의 법적 신뢰도에 직결되는 관할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차이나 사우스 시티에 대한 홍콩 법원의 첫 국유 지원 개발사 청산 명령은 중국 부동산 시장 구조조정 국면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채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 중심의 생태계 재편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