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워싱턴 D.C. 범죄·노숙 대책으로 주방위군 최대 1,000명 배치 검토

【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연방 수도권의 폭력 범죄와 노숙인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주방위군(National Guard) 최대 1,000명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NBC뉴스가 11일(현지시간) 복수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한 내용이다.

2025년 8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워싱턴 D.C.의 치안 상황과 노숙인 문제를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워싱턴 D.C.는 오늘 해방될 것이다. 범죄, 야만, 오물, 불한당이 사라질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설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게시물에서 노숙인을 향해 “즉시 수도를 떠나라. 정부가 머물 곳을 제공하겠지만 수도권 외곽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사실상 노숙인을 도심에서 격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인권 단체와 지방정부의 반발을 동시에 불러왔다.

범죄 통계와 대통령 인식의 괴리

미국 법무부(DoJ)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워싱턴 D.C.의 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최근 30년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수도 치안 상황이 ‘위험 수위’라며 연방 차원의 통제를 시사했다.

주방위군이 워싱턴 시내를 순찰하는 모습

“수도에서 범죄를 뿌리 뽑겠다. 우리의 수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025년 8월 11일 트루스 소셜

대통령의 발언은 이달 초 에드워드 코리스틴(Edward Coristine) 백악관 정부효율성국 초기 직원이 워싱턴 D.C.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더욱 거세졌다.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수도를 전시 지역에 비유”하며 주방위군 투입 필요성을 역설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연방준비제도 리모델링 비용도 겨냥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건물 보수 비용 31억 달러는 지나치다”며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5,000만~1억 달러면 더 우아하고 신속하게 고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는 미국의 중앙은행 체계로, 통화정책·금융감독 총괄 기관이다. 최근 본부 건물 리모델링을 둘러싼 예산 집행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보수 진영에서 제기돼 왔다.

워싱턴 市와 주정부의 반응

워싱턴 D.C. 머리얼 바우저(Muriel Bowser) 시장은 MSNBC ‘더 위켄드(The Weekend)’에 출연해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 우리 도시를 전쟁터에 비유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불법 이민 단속으로 촉발된 시위 진압 명목으로 주방위군을 배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개빈 뉴섬(Gavin Newsom) 주지사는 헌법 위반이라며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관련 연방법원 재판은 11일 오전 개시될 예정이다.

주방위군은 무엇인가?

주방위군(National Guard)은 각 주별 예비군 조직이지만 연방 차원에서 대통령 지시로 동원될 수 있다. 자연재해 복구부터 치안 유지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국내 배치는 헌법상 ‘주-연방 권한’ 충돌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전문가 시각

정치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안을 “치안 안정”이라는 명분 속에 2026년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행보로 평가한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지난주 실시한 설문에서, 유권자 42%가 ‘범죄 및 무질서’를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대통령이 치안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보수층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주방위군 배치는 지방자치권 침해 논란과 함께, 노숙인 강제 이전 계획이 국제인권 기준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특히 미국민자유연맹(ACLU)은 “사전 복지 대책 없이 물리적 강제 조치는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이번 사안은 ‘치안·복지·헌법 가치’라는 세 축이 충돌하는 공론장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백악관이 실제로 주방위군 배치를 명령할 경우, 의회와 지방정부의 법적 대응이 이어져 연방 대 주(州)의 권한 갈등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