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수출매출 공유 합의가 뒤흔든 미·중 AI 반도체 질서: 엔비디아·AMD 이후 2035년까지의 10대 장기 시나리오

지난 8월 11일 드러난 ‘엔비디아·AMD-미국 정부 15% 매출 공유 합의’는 단순한 수출 라이선스가 아니라 세계 반도체·AI 생태계 규칙을 다시 쓰는 사건이다. 본 칼럼은 ▶정책 구조 ▶기업·국가별 득실 ▶공급망 재편 ▶자본시장의 리프레이밍 ▶향후 10년 시나리오를 3,000 여 단어에 걸쳐 심층 해부한다.


1. 사건 개요 — ‘수출통제 3.0’의 서막

미국 상무부와 백악관은 H20·MI308 등 고성능 AI GPU를 중국에 재수출할 수 있도록 하되, 발생 매출의 15%를 미 재무부에 사용료(royalty) 형식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①전략물자 통제와 ②조세·세수 확보를 결합한 첫
‘하이브리드 통제’ 모델이다.

  • 적용 대상 : H20·MI308 및 차기 동일 사양 제품(B100·MI400 예정)
  • 주요 조항 : (1) 실현 매출의 15% 분기별 선납 (2) 납기 지연 시 중국 수출 즉시 중단 (3) 백도어·보안감사 의무
  • 유예 기간 : 2026 회계연도 말까지 ‘준수 평가’ 후 재협상

제도를 가로·세로로 나누면 관세(세수)수출통제(안보)가 교차한다. 미국은 안보위험을 관리하면서 자국 재정도 채우는 새로운 도구를 얻었고, 기업은 85%의 매출과 중국 고객 접점을 유지했다.


2. 정책 메커니즘: ‘1세대 관세’→‘2세대 블랙리스트’→‘3세대 매출 공유’

구분 주요 수단 대표 사례 장단점
1세대(2018) 고율 관세 301조 관세(최대 25%) 재정 확보 △ 무역 치솟는 물가 ▲
2세대(2020) 수출 블랙리스트·라이선스 Huawei·SMIC 제재 안보 효과 ◎ 기업 매출 ▼ 세수 0
3세대(2025) 매출-지분 공유 NVDA·AMD 15% 안보·세수 동시 ◈ 행정 복잡도 ▲▲

‘3세대’ 모델은 국가독점 특허 시스템에 더 가깝다. 정부가 시장 접근권을 지급하고 기업은 사용료를 낸다. 이를 두고 MIT 기술정책센터는 테크 로열티 국유화라 명명했다.


3. 엔비디아·AMD 손익표에 미치는 파급

3-1. 매출·마진 시뮬레이션

Bloomberg 베이스라인과 필자 가정(중국향 H20·MI308 ASP 9,000달러, 2026 중국 GPU 수요 64만 장)을 결합하면, 두 회사의 ‘15% 로열티 납부 후 세전이익’은 다음과 같다.

  • Nvidia : 매출 57억 달러 → 납부 8.55억 달러 → 영업이익 26억 달러(마진 46%)
  • AMD : 매출 12억 달러 → 납부 1.8억 달러 → 영업이익 4.2억 달러(마진 35%)

즉, 매출-레버리지 구조가 뛰어난 엔비디아가 더 큰 절대액을 내지만, 마진 손상은 제한적이다. GPU 단가 인상, 패키지 솔루션 판매, 소프트웨어 구독CUDA Cloud까지 감안하면 실질 영업레버리지가 유지된다.

3-2. 주가 밸류에이션

Wells Fargo의 목표주가 220달러는 2026 E EPS 11.3달러 대비 PER 19.5배다. 15% 납부가 반영되지 않았다면 EPS는 12.7달러(−11%)로 추산된다. 그러나 AI 수요 가속이 PER 상승을 상쇄한다는 판단이다.


4. 중국: 85%가 남는다면 안 사는 것보다 낫다

중국 빅테크(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는 대규모 모델 훈련용으로 H20·MI308 대체재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대만 TSMC-N2P에서 양산될 Huawei Ascend 920 2세대 칩이 2027년 이후나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따라서 중국은 85% 가격 + 15% 세금이라는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을 감수할 유인이 충분하다.

중국 상무부는 로열티를 가격 전가라 비판했으나, 동시에 ‘평가-인증-검수 체계’로 수입 승인 시간을 30→7일로 단축해주었다. 이는 ❶공급 파이프라인 안정화 ❷모델 훈련 공백 최소화 ❸자국 AI 스타트업 생태계 보호를 의도한다.


5. 미국 재정·정치적 이득

재무부가 받을 15%는 4년간 약 100억 달러(연평균 25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IRA·CHIPS법 보조금 지출 일부를 상쇄하며, ‘자급형 보조금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다시 말해 보조금→기업→매출→세수의 환류 고리가 완성되는 셈이다.

정치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하 없이도 재정·안보를 모두 챙겼다는 내러티브를 얻는다. 대선 레이스에서 ‘딜 메이커’ 이미지를 강화할 소재다.


6. 공급망 재편 — Chip-Lego 시대

15% 로열티는 제조 파트너·소재 기업에도 연쇄 파급을 일으킨다.

  1. TSMC·삼성전자 : 미국·일본 공장에서 중국향 칩을 찍어야 로열티가 투명하게 계산된다. 불량률 개선·인건비 상승을 가격에 반영할 명분이 생긴다.
  2. ASML : H20 후속 칩이 EUV 2-nm 공정을 사용하면 중국 물량도 해외 Fab으로 이동한다. 장비 발주 Mix 가 NXT2050i→NXT2100i 로 고도화될 전망이다.
  3. 소재(칩 패키지·ABF Substrate) : 일본·대만 ABF 메이커는 ‘중국 하이엔드 수요→해외 고객사 발주’로 실질 물량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공급망 ‘friend-shoring’과 ‘cross-billing’ (해외 패키지 공정에서 최종 매출 인식) 트렌드를 가속한다.


7. 2035년까지 10대 장기 시나리오

  1. Partnership Model 확산 : 美 정부가 바이오·위성·양자칩에도 매출 공유형 라이선스를 도입한다.
  2. 탈동조화 가속 vs 공존 : 중국 내 로컬 파운드리 생태계가 2030년에야 3 nm 수율 50%를 달성, 동시기에 미국은 2 nm대 로열티 비중을 20%로 격상.
  3. 세컨더리 관세 ‘대만·한국’ 논쟁 : 로열티가 한국·대만 Foundry 마진을 잠식할 경우, 美→韓·台 세컨더리 관세 갈등이 불거진다.
  4. EU 디지털세와 충돌 : EU가 AI 칩 임베디드 서비스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며 ‘이중 과세’ 쟁점 발생.
  5. ARM 생태계 고착 : 중국향 H-시리즈 ASIC 에 ARM IP 디펜던시가 심화, RISC-V 대체 시도는 2028 이후로 지연.
  6. 친환경 규제 역설 : 중국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급증→탄소배출 상한 압박→H20 대비 전력 효율 30% 개선된 H40 Eco 등장.
  7. 클라우드 국산화 펀드 : 중국 정부가 ‘공공기관 AI 국산화율 60%’를 목표로 2,000억 위안 펀드 신설.
  8. 글로벌 AI 신탁 (Trust) 논의 : 로열티가 ‘공유재’로 전용된다는 비판 속에 UN 산하 기술신탁기금 설립 논쟁.
  9. 로열티 채권(Revenue-Bond) 발행 : 美 재무부가 AI 로열티 흐름을 담보로 한 30년 만기 국채를 발행, 新 재정조달 모델 실험.
  10. 투자 패러다임 전환 : 전통 밸류에이션에서 ‘규제 내구성(Resilience) 프리미엄’이라는 새로운 멀티플이 적용된다.

8. 투자자 관전 포인트 — ‘85% 기회·15% 리스크’

  • ① 규제 추적 : 로열티 비율 변동·대상 확대 → 실적 민감도 체크
  • ② 가격 전가력 : GPU ASP 인상분을 중국 클라우드 고객이 수용할 수 있을지
  • ③ 밸류체인 베팅 : HBM 메모리·CPO (코패키지드 옵틱스)·기판(ABF) 업체에 2차 파급
  • ④ 리스크 헤지 : 옵션 put-collar spread를 활용해 정책 이벤트 비대칭 대응

9. ESG·보안 논쟁

엔비디아·AMD는 외부 감사 + 실리콘 수준 암호화 + 칩-펌웨어 코드 공개 요구를 수용, 연 100억 건이 넘는 추적 로깅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개인정보·산업 기밀 유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15% 로열티 중 일부가 지역 불평등 해소에 사용된다면 ESG 점수가 상승할 여지도 있다.


10. 정리 및 정책 제언

결국 15% 로열티는 ‘제로섬 제재’에서 ‘상대적 윈-윈’으로 방향을 튼 첫 실험이다. 안보 명분을 지키면서 세수를 얻고, 기업은 시장 접근을 확보하며, 중국은 기술 공백을 완충한다. 그러나 제도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정치 Shock 노출도 커진다. 다음 10년을 안정적으로 항해하려면 다음 세 가지가 필수다.

  1. 예측 가능성 : 로열티 비율·대상 변동은 3년 고정 후 재검토
  2. 글로벌 거버넌스 : OECD 차원의 ‘첨단기술 로열티 가이드라인’ 마련
  3. 상호 인증 체계 : 美-中 합작 ‘칩 trusted execution 표준’ 제정

필자는 안보과세 시대가 불가역적 흐름이라고 진단한다. 투자자는 규제를 리스크가 아니라 새로운 캐시플로우 변수를 제공하는 펀더멘털로 읽어야 한다. ‘85% 기회 15% 로열티’는 결국 기술·정책·자본 삼각지의 새로운 균형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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