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다시 한 번 가파른 상승세를 연출하며 시장을 달궜다. 2024년 5월 19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가상화폐 환전소 앞을 지나는 시민들의 모습은 이미 암호화폐가 일상으로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
2025년 8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BTC) 가격은 전일 대비 1% 오른 $119,782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종전 약 12만 2,000달러)에 불과 ‘한 뼘’ 거리까지 접근했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ETH)은 전일 대비 1.6% 내린 $4,181에 거래됐으나, 10일(현지시간)에는 2021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장중 $4,000을 넘겼다.
이번 급등은 미국 주식 선물지수 상승과 보조를 맞췄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소비자·생산자물가 지표를 주시하고 있으며, S&P 500 지수 역시 역사적 고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상자산 연계 종목도 동반 강세
프리마켓에서 코인베이스(COIN) 주가는 3% 이상 상승했고, 갤럭시 디지털(GLXY)도 3% 올랐다. ‘비트코인 대리주(proxy)’로 불리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는 2% 넘게 상승했다. 채굴사인 마라홀딩스(MARA), 라이엇 플랫폼스(RIOT), 아이렌(IREN)도 각각 3% 이상의 프리마켓 상승률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자사 대차대조표에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하며 주가가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이런 종목을 ‘비트코인 프록시’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비트코인 현물을 직접 매수하지 않고도 노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부채 확대로 하드애셋 선호”
10x 리서치의 최고경영자 마커스 티런(Markus Thielen)은 아시아 거래 시간대 매수세가 미국 부채 확대와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7월 초 ‘박스권’을 돌파한 시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빅 뷰티풀 빌(Big Beautiful Bill)’을 서명해 5조 달러 규모의 부채한도 증액을 승인한 시기와 겹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상승은 우연이 아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부채 증가가 원동력이며, 이 추세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경기 침체 여부와 관계없이 비트코인·금 같은 하드애셋에는 거대한 순풍이 불고 있다.” — 마커스 티런
그는 이어 “다음 주요 저항선은 $133,000으로, 현재 포지셔닝과 시장 구조는 명백히 강세론자에게 우호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더리움 상관 종목·ETF 침투 가속
한편 이더리움 가격이 $4,000 고지를 넘어선 뒤, 이더리움 노출 기업 주가도 급등했다.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BMNR)는 약 11% 뛰었고, 샤플링크 게이밍(SBET)은 3% 올랐다.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제공업체 소소밸류(SoSoValue)에 따르면, 직전 주 이더리움 ETF 순자금 유입액은 $326.83 million으로 비트코인 ETF( $246.75 million)보다 컸다. 이는 투자자들이 ‘세컨드 비트코인’이라 불리는 이더리움의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레저리 컴퍼니’(Treasury Company)란 기업이 자사 현금성 자산 중 일부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로 보유해 ‘준(準)국고채’ 형태로 운용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스탠다드차터드은행은 “이들 기업이 장기적으로 유통량의 10%를 확보할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시각·향후 변수
CNBC Pro는 8월 관세 인상과 같은 거시경제 변수로 인해 단기 랠리가 둔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컴퍼스포인트(Compass Point)는 “코인베이스 주가 랠리가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 매도 의견이 타당하다”고 제시했다.
ETF·인덱스 전문가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유입된 기관 자금이 시장 체질을 바꿨다”며 “과거와 달리 조정이 와도 가격 지지선이 다층적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 연준(Fed)의 금리 정책, 각국 규제, 그리고 채굴 난이도 상승 등은 여전히 불확실 요인으로 남아 있다. 특히 채굴 난이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일부 소규모 채굴사는 수익성이 악화돼 시장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용어 해설
ETF(Exchange Traded Fund)는 특정 자산을 추종하는 펀드를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암호화폐 ETF는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가격 또는 선물을 추종하며, 개인투자자가 지갑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도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트코인 프록시(BTC Proxy)는 본업과 무관하게 재무제표에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해 주가가 가상자산 가격과 강하게 연동되는 기업을 지칭한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꼽힌다.
트레저리 컴퍼니는 기업 재무관리 측면에서 국채나 예금 대신 가상화폐를 보유, ‘디지털 금리 자산’으로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높은 변동성 위험을 수반하지만 향후 가치 상승 시 회사 자산·주주가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험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가치 저장 수단에 주력하는 반면, 이더리움은 스마트컨트랙트(자동화 계약) 기능을 통해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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