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디아, 9월 1일부터 뉴델리-워싱턴 노선 중단

에어인디아(Air India)가 오는 9월 1일부터 인도 뉴델리-미국 워싱턴 D.C. 간 직항 운항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사 노선 가운데 미주 주요 노선을 잇따라 축소해 온 흐름의 연장선으로, 항공기 기재 부족과 국경을 둘러싼 파키스탄 영공 폐쇄 장기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에어인디아는 보잉(Boeing) 기종 노후화로 인한 대규모 업그레이드와 파키스탄 영공 통제로 장거리 운항 효율성이 크게 저하돼 불가피하게 노선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어인디아는 현재 4억 달러 규모의 기단 개보수(레트로핏)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해당 사업은 좌석·객실·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전면 교체와 주기 점검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일부 보잉 기체가 일시적으로 운항에서 배제돼 항공기 공급 공백이 발생한다. 아울러, 2019년 이후 계속된 파키스탄 영공 차단은 미주 노선 비행경로를 우회하게 만들면서 연료비·승무원 스케줄링·정시 운항률 등에 추가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에어인디아 측은 “파키스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해 우회 운항이 불가피해지면서, 향후 12개월 동안 최대 6억 달러(약 7,9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규제 당국의 감독 강화 속에서 내려졌다. 지난 6월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발생한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사망자 260명) 이후, 인도 민간항공총국(DGCA)은 안전 규정을 대폭 강화하고 에어인디아의 유지·보수 프로세스 전반을 재점검 중이다.


영공 폐쇄의 배경

지난해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민간인 공격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양국은 상호 보복 조치로 상대국 항공사에 대한 영공 사용을 차단했고, 이로 인해 주요 국제 항공로가 일시에 막혔다. 뉴델리는 이번 공격의 배후로 이슬라마바드를 지목했으나, 파키스탄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체 항공편 안내

에어인디아는 “직항 노선 폐지 이후에도 승객은 뉴욕(JFK)·뉴어크(EWR)·시카고(ORD)·샌프란시스코(SFO) 경유편을 통해 워싱턴 D.C.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 노선은 알래스카항공(Alaska Airlines)·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델타항공(Delta Air Lines) 등과 체결한 인터라인(interline) 협정을 통해 연결된다. *인터라인은 서로 다른 항공사 간 하나의 예약·발권으로 환승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용어 해설

레트로핏(Retrofit)은 ‘기존 기재를 최신 사양으로 개조·재설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항공업계에서는 좌석 교체, 기내 Wi-Fi 설치, 객실 내 인테리어 개선, 엔진·항전 장비 업그레이드 등을 포함한다. 인터라인은 복수 항공사가 하나의 티켓으로 수하물 연결과 좌석 승계 등을 공동 처리하는 제도로, 승객 편의를 대폭 높일 수 있다.


기자 분석

미·인도 간 비즈니스·외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뉴델리-워싱턴 노선 중단은 승객 불편뿐 아니라 에어인디아의 브랜드 신뢰도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글로벌 항공사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기후 변화에 따른 장거리 항로 단축·우회로 비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에어인디아가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레트로핏을 서두르는 이유는, 경쟁이 격화된 인도 국내·국제 항공 시장에서 서비스 품질을 대폭 개선해 장기적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6억 달러 규모의 영공 우회 비용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1년간 에어인디아의 재무 구조는 추가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투자 계획 축소나 추가 노선 감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시에, 인도 정부가 민관 합동 형태로 추진 중인 항공 인프라 현대화 프로젝트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영공 재개방 여부레트로핏 속도가 에어인디아의 장거리 네트워크 정상화 시점을 결정할 핵심 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파키스탄과의 외교적 해빙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우회 노선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승객 운임으로 전가할 소지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인도발 미주 항공권 가격 상승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