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행(Deutsche Bank) 최신 포지셔닝 보고서에 따르면 재량적(디스크레셔너리) 투자자들은 주식 비중을 중립 수준으로 되돌렸으며, 시스템 기반 운용 전략(Systematic Strategies)은 과중(Overweight) 상태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주식 전반의 포지셔닝 지수는 67번째 백분위수(Percentile)에 올라섰다. 세부적으로 보면, 재량적 포지셔닝은 47번째 백분위수, 시스템 전략 포지셔닝은 87번째 백분위수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과거 12개월 평균과 비교할 때 시스템 전략의 위험노출이 역사적 고점 근처임을 보여준다.
재량적 투자자들은 2024년 2월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을 때 중립으로 후퇴했고, 이후 관세가 확대되자 비중을 줄였다가 정책 완화 기조가 확인되면서 다시 중립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독일은행은 “기업 실적 성장, 컨센서스 실적 상향, 거시경제 성장, 각종 지표 서프라이즈가 모두 추가 상승 여력을 시사함에도 불구하고 포지셔닝이 상단을 뚫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하반기 위험, 특히 관세가 성장률·인플레이션에 미칠 지연효과를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 독일은행 전략가 팀
1. 포지셔닝 상세 현황
섹터별로 보면 전력·유틸리티 섹터만 과중(Overweight) 상태다. 메가캡 성장주·기술주, 부동산, 에너지, 경기소비재는 중립이며, 금융, 산업재, 소재, 필수소비재, 헬스케어는 모두 과소(Underweight)다. 특히 헬스케어 섹터는 극단적 저점 근처로 평가된다.
투자심리지수는 2개월래 최저치로 하락해 ‘약세(Bearish)’ 영역으로 전환됐다. 순강세 응답 비율이 순약세로 바뀌었고, 약세 응답 비중은 3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리 변동성(Rates Volatility) 지수는 4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기존에 관찰되던 ‘금리 변동성 ↔ 재량 포지셔닝’의 역(逆)상관 관계가 깨졌다.
2. 자금 흐름(Weekly Flows) — 채권·MMF로 쏠림
주식형 펀드에서는 2022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인 417억 달러가 순유출돼 7주 연속 순유입 행진이 중단됐다. 이 중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만 277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글로벌·신흥국 펀드도 각각 유출을 기록했다. 섹터별로 통신, 기술, 산업재, 유틸리티, 소재에는 자금이 유입됐으나 금융, 헬스케어, 소비재, 에너지, 부동산에서는 유출이 지속됐다.
채권형 펀드에는 285억 달러가 순유입돼 2020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투자등급(Investment Grade) 채권은 2024년 1월 이후 가장 큰 유입이었고,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도 순유입 규모가 확대됐다. 머니마켓펀드(MMF)에는 1,068억 달러가 유입돼 7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3. 용어 해설 및 시사점
재량적 투자자(Discretionary Investor)란 펀드매니저나 트레이더가 시장 전망과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보유 비중을 조정하는 주체를 가리킨다. 시스템 기반 전략(Systematic Strategy)은 알고리즘·모델 등이 정한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포지션을 구축·조정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시장 모멘텀이나 변동성 추세를 반영하기 때문에 급격한 포지션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백분위수(Percentile)는 통계적으로 ‘데이터 분포 중 위에서부터 몇 퍼센트 수준에 해당하는가’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87번째 백분위수는 과거 관찰치의 상위 13%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시스템 전략 포지셔닝이 87번째 백분위수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위험노출’로 해석된다.
금리 변동성이 역대 저점인 반면, 주식 포지셔닝은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이 금리·물가 위험보다는 무역정책·정치 변수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독일은행은 “만약 실물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버티고 관세 충격이 제한적이라면, 후행적으로 주식 비중 확대가 나타날 가능성”을 제시했다.
4. 기자 시각
이번 보고서는 ‘상반기 랠리 이후 체계적 전략만이 위험노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부각한다. 이는 패시브 자금 유동성이 여전히 시장을 지탱하는 가운데, 인간 운용역(재량 투자자)의 신중함이 강화됐다는 방증이다. 과거 유사 국면을 되짚어 보면, 시스템 전략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재량 투자자의 저가 매수 부재가 결합될 경우 변동성 급등이 촉발된 사례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일시적 ‘안도 국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꼬리 위험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헬스케어·소재·금융 등 저평가된 섹터가 과소비중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거나 금리 하락이 가시화될 경우 섹터 로테이션이 급격하게 일어날 수 있다. 투자자라면 중장기 포트폴리오 재균형을 통해 잠재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접근이 권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