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FCA, 레버리지 감시 강화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 데이터 수집 확대

[런던]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연금펀드·보험사·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으로부터 제출받는 데이터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금융 시스템에서의 레버리지(차입 활용) 수준을 정밀 모니터링하고 잠재적 불안 요인을 조기에 포착하기 위한 조치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FCA는 이미 필요한 정보 범위를 평가하기 시작했으며, 실효성이 낮은 기존 보고 의무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과도하거나 집중돼 있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레버리지는 금융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사라 프리차드(Sarah Pritchard) FCA 부최고경영자(Deputy Chief Executive)는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그는 “효율적이고 비례(비용 대비 효과적)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려면 실무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FCA의 새 데이터 수집 방안
FCA는 향후 어떤 지표를 중점적으로 취합할지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특히 총자산 대비 차입비율, 파생상품 익스포저, 담보 구조, 유동성 만기 미스매치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감독당국은 이 같은 정보를 통해 레버리지 리스크가 특정 기관이나 섹터에 과도하게 몰려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 비은행 금융기관 확대 모니터링 배경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부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다수의 위험 노출이 은행 외부로 이동했다. 연금펀드·보험사·헤지펀드 같은 노뱅크(Non-Bank) 주체들은 전통적인 예금 기반이 없지만 레버리지 비중이 높아,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급격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에서 시스템 전체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2022년 영국 국채시장 변동성 사태에서 일부 연금펀드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이행하지 못하며 영란은행(BoE)이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섰던 전례가 대표적이다. FCA는 이번 조치를 통해 유사 사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국제 규제 공조
프리차드 부대표는 “국제 기준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데이터 체계를 재설계하고 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 등 해외 규제기관과 정보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다수 관할권에 걸쳐 활동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 레버리지란?
레버리지는 자본 대비 차입을 통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행위를 뜻한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손실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특히 헤지펀드처럼 고위험 전략을 구사하는 기관의 경우 레버리지 수준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 규제·감독 패러다임 전환
시장 관계자들은 FCA의 이번 조치를 영국 감독체계의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 전환으로 평가한다. 과거 정기 보고서 중심의 사후 대응 위주였던 감독 방식을 벗어나, 실시간 데이터 분석머신러닝 기반 경고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 업계 영향과 전망
당국이 요구하는 보고 범위가 확대되면 연금펀드와 보험사는 내부 위험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IT 인프라 투자와 인력 재교육 비용이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투명성 향상이 투자자 신뢰를 높여 자금조달 비용을 낮출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편, 헤지펀드 업계는 과도한 정보 공개가 투자 전략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FCA는 “상업적 기밀을 존중하면서도 시스템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최소 범위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전문가 시각
시장 구조 연구기관 뉴파이낸셜(New Financial)의 분석에 따르면, 영국 비은행 금융자산 규모는 2023년 기준 5조 파운드(약 8,300조 원)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밖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정밀 진단하지 않고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자 해설: FCA의 방향 전환은 규제기관이 ‘보고서 수집→검토’라는 전통적 순환을 넘어, 데이터 과학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향후 인공지능 기반 스트레스 테스트나, 블록체인 원장을 통한 실시간 자산 추적 등으로 진화할 여지가 크다. 세계 주요 규제기관 간 경쟁·협력이 동시에 심화될 전망이다.

이번 정책은 아직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FCA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2026년 중 세부 규정을 확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규제당국이 데이터 수집 범위와 빈도, 제재 수단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수용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에 포함된 정보는 2025년 8월 11일 현재 공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투자 자문 목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