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 캐피털 마켓이 최근 2분기 실적 시즌이 엇갈린 결과를 보인 뒤에도 글로벌 명품 업종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기관은 개별 기업의 주가 괴리(valuation dislocation)와 모멘텀을 근거로 아디다스(Adidas)와 버버리(Burberry)를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 지목했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RBC 애널리스트들은 “명품주 주가 흐름은 펀더멘털보다 포지셔닝·심리에 더 좌우됐다”면서 “퀄리티(우량주)가 밸류(저평가주) 대비 상대 부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RBC는 올해 들어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디스로케이션(dislocation)’이 심하거나 특수 요인(idiosyncratic)이 존재하는 기회를 중심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디스로케이션’은 기업의 실적 성장률과 주가(밸류에이션) 간 불일치가 극단적으로 확대돼 가격 왜곡이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스포츠용품 부문에서는 아디다스를, 명품 부문에서는 버버리를 각각 톱픽으로 꼽았다. RBC는 아디다스에 대해 ‘아웃퍼폼(Outperform)’ 의견과 주당 260유로 목표가를 유지하며 “우리 커버리지 기업 중 실적(매출·이익) 성장 대비 밸류에이션 괴리가 가장 큰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아디다스는 회사가 제시한 3분기까지 EBIT 17억~18억 유로 가이던스를 충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애널리스트들은 “목표 달성 시,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촉매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저평가 상태를 시장에 알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share buy-back) 프로그램을 단행하는 방안을 경영진이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버버리의 전환 스토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당사 럭셔리 커버리지 가운데 유일하게 주당순이익(EPS) 상향 모멘텀이 존재한다.” — 피랄 다다니아(Piral Dadhania) RBC 리서치 팀장
RBC는 버버리에도 ‘아웃퍼폼’ 의견과 15파운드 목표가를 유지했다. 주가는 올해 들어 22% 오르며 RBC 커버리지 내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새 최고경영자(CEO) 조슈아 슐만이 단행한 초기 전략 변경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지만, 지속적 초과수익 여부는 2025년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의 성공적 실행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에르메스(Hermès)와 LVMH는 각각 아웃퍼폼 의견을 유지했다. RBC는 “에르메스는 방어적 특성과 평균 이상의 매출 성장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일부 카테고리에서 성장 둔화 조짐이 나타나도 종합 관점에서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LVMH의 경우 최근 주가 부진으로 위험 대비 수익률(리스크/리워드)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으며, 패션·가죽 제품 부문이 전년 기저효과에 힘입어 단기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RBC는 레이밴(Ray-Ban) 브랜드로 유명한 에실로룩소티카(EssilorLuxottica)에 대해서도 프리미엄 밸류에이션 정당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카테고리·지역·상품군·유통채널 전반에 걸친 다각화된 수익 구조가 안정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스와치그룹(Swatch Group)은 ‘언더퍼폼(Underperform)’ 의견을 유지했다. RBC는 “운영 레버리지 약화가 심각하다”며 대규모 고정비용이 높은 매출 변동성에 더해져 이익 감소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모든 커버리지 종목이 미국 관세(US tariff) 리스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나이키(Nike)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며, 그 뒤를 에실로룩소티카가 이을 것으로 봤다. 웹사이트 트래픽, 스위스 시계 수출, 관광객 도착 건수 등 마이크로 지표는 둔화 조짐이 나타났고, 주요 지역의 거시경제 데이터는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해설
명품·스포츠 의류 업종은 높은 브랜드 충성도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견고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국 소비 회복세 둔화·글로벌 금리 고점 논란·환율 변동성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하다. 특히 관세 리스크와 같은 정책 변수는 실적 및 밸류에이션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투자자는 기업별 공급망·판매 지역 비중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RBC 보고서는 “모멘텀이 실적 대비 주가에 얼마나 선반영되었는지”를 가늠할 것을 권고하며,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쏠린 포지션 리스크를 경계했다. 실적 가시성이 높고 밸류에이션 괴리가 큰 종목을 선별함으로써 리스크는 낮추고 수익 기회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용어 설명
디스로케이션(dislocation): 시장 가격이 기업의 내재가치 추정치와 크게 벌어진 상태를 의미하며, 투자자에게는 ‘가격 왜곡이 만든 알파(초과수익) 기회’로 간주된다. EBIT은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영업이익)’을 뜻한다. 아웃퍼폼은 시장 평균 대비 주가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때 사용하는 투자 의견이며, 언더퍼폼은 그 반대를 가리킨다.
결론적으로 RBC는 명품 섹터 전반에 대한 경계적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밸류에이션 괴리가 큰 아디다스와 버버리를 ‘고위험·고수익’이 아닌 ‘저변동·고수익’ 기회로 규정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각 기업의 실적 가이드라인 이행 여부와 신제품 컬렉션 흥행 성과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