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중국 무역 갈등의 새 불씨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시각 8월 11일(월) 자국 농민들을 위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soybean) 수입을 ‘신속히 4배로’ 확대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이번 요구가 미·중 무역적자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계정에 글을 올려 “중국은 대두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위대한 농민들은 가장 우수한 대두를 생산한다
”면서 “중국이 대두 주문을 빠르게 4배로 늘리길 바란다
”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는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적자를 크게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2021년 임기 당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농산물 수출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 대두: 미·중 교역의 핵심 품목
대두는 단백질과 기름을 동시에 함유해 사료·식용·바이오연료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곡물이다. 특히 미국 중서부 ‘팜벨트’ 지역에서 대규모로 재배되며, 중국은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으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정부는 과거 관세 보복 국면에서도 대두 분야에서 제한적 완화를 시도할 정도로 민감한 품목이다.
대두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며, 수급 변화에 따라 국제 곡물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곧바로 대두 선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트럼프 발언의 배경과 의도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이후 재집권에 성공하며 농업 벨트를 핵심 지지층으로 확보해 왔다. 그의 이번 메시지는 ▲농민 표 결집 ▲무역적자 축소 ▲중국에 대한 협상 압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대두 수요는 구조적이며, 미국산 공급 확대는 중국 측에도 이익이 된다.”
— 미국 농무부(USDA) 전 수석경제학자 해럴드 윌킨슨, 인베스팅닷컴 인터뷰
전문가들은 ‘4배 확대’라는 수치가 현실성 측면에서 과장된 면이 있더라도, 협상 카드로서의 파급력은 무시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 시장 반응 및 전망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8월 11일 오전장 대두 최근월물은 트럼프 발언 직후 전일 대비 1.4% 상승했다가, 차익실현 매물로 상승폭을 0.6%로 줄였다. 바클레이즈(Barclays)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관계자들은 중국이 현재 남미 브라질산 대두에 대한 의존도를 60% 이상 유지하고 있어 미국산 수입을 갑자기 4배 늘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역 휴전(truce) 마감 시한’이 임박함에 따라, 협상 국면 전환을 위해 제한적 추가 구매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플랫폼이란?
트루스 소셜은 2021년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러지 그룹(Trump Media & Technology Group)이 출시한 우파 성향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다.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이 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 영구정지된 뒤 대안 채널로 활용하며, 주요 정책·대외 메시지를 즉각적으로 발신하는 창구가 됐다.
따라서 그의 게시글은 공식 성명에 준하는 무게를 지니며, 글로벌 원자재·외환·주식 시장에 단기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전문가 시각
뉴욕 소재 코먼웰스 투자자문의 수석전략가 제시카 리는 “중국이 단기간에 4배를 사들이려면 연간 약 1억 2,000만 톤에 달하는 추가 물량이 필요하다”면서 “항만·물류 인프라와 사료 공장의 소화 능력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는 점진적 확대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브라질 곡물협회(ANEC)는 “미국이 공급을 늘리면 브라질산 대두 가격 경쟁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계절별 수확 차이를 감안할 때 브라질의 시장 점유율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기자의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4배 확대’ 발언은 숫자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는 2020년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서 양국이 약속했던 농산물 구매 목표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재차 지적하는 행위이자, 2025년 하반기 들어 재점화된 무역 갈등의 불씨를 다시 키우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 속에서도, 식량 안보(food security)는 여전히 ‘전략 무기’로 기능하고 있다. 미국은 풍부한 농업 인프라를,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각각 leverage(협상 지렛대)로 활용한다. 양국 간 대두 교역은 이러한 힘겨루기의 대표적 사례다.
향후 중국이 실제로 수입량을 늘린다 해도, 교역 조건·운송 비용·환율 등의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한 ‘4배’ 공식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정치적 레토릭(rhetoric)으로서의 효과—특히 지지층 결집—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주석: Truth Social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상장된 특수목적합병법인(SPAC) ‘Digital World Acquisition Corp.’와 합병해 2024년 나스닥에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