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스프레드 경고등…고평가된 증시에도 ‘주의보’

런던발 로이터—세계 자산운용사와 대형 투자은행들이 기업 신용시장에 대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경제 성장 둔화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과도하게 오른 하이일드 채권투자등급 회사채 가격이 먼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고평가된 크레딧 부문에서 서둘러 발을 빼거나 파생상품을 활용해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 신용스프레드가 지난 1998년 이후 최저치에 근접한 수준까지 좁혀져, 실물 경제의 펀더멘털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Mike Riddell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전략채권 총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선진국 크레딧에 대해 매우 방어적 포지션으로 돌아섰다”면서 “현금 채권에는 전혀 노출돼 있지 않고, 하이일드 시장을 숏(Short) 포지션으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생상품을 통해 자산군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권시장 핵심 밸류에이션 지표인 기업채-국채 스프레드는 7월 29일 1bp(0.01%포인트) 차이까지 축소돼 1998년 저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경기 과열기에나 볼 수 있는 수치다.

주요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진정한 과열은 크레딧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각종 거시지표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기업 신용이 세계 증시 전반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CREDIT MARKETS LEADING THE WAY

2018년 미·중 무역전쟁, 2022년 금리 급등, 2023년 말 변동성 급증 국면에 앞서서도 투자등급 크레딧 ETF는 글로벌 증시보다 먼저 하락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시티그룹(Stuart Kaiser 미국 옵션전략 본부장)은 “최근 수주 동안 자산운용 고객들의 하이일드·IG(투자등급) 인덱스 풋옵션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리스크 자산 랠리에 대한 헤지 또는 방향성 베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참여자들이 크레딧 리스크를 헤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향후 3개월간 주식시장 하방 위험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Florian Ielpo 롬바드 오디에 IM 멀티에셋 총괄은 “겉으로 보이는 스프레드 평균과 달리, 내부 세분 지표는 이미 꺾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스프레드가 계속 좁혀지고 있는 채권의 비중은 8월 4일 기준 5일 만에 80%에서 60%로 급감했다. 그는 “관성적 강세 흐름마저 균열이 생긴 셈”이라며 기존의 강세 파생 포지션을 축소했다고 밝혔다.

Guy Stear 아문디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선진국 시장 전략 총괄도 “하이일드 채권은 경제와 산업 측면에서 핵심 차입자가 많아, 추세 반전 시 증시에 미칠 파급력이 가장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르면 10월부터 리파이낸싱 비용 급등부도율 증가가 나타나면 고용·투자·성장에 대한 불안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레딧 시장이 흔들리면 결국 주식시장도 흔들린다.” — Guy Stear


PRICING FOR GROWTH, NOT RECESSION

UBS 전략가 Matthew Mish는 고객 메모에서 “현재 스프레드는 연 5% 내외의 글로벌 성장률을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올해 3% 성장률 전망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Van Luu 러셀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채권·외환 전략 총괄은 “투자등급 시장이 마치 ‘골디락스(과열도 침체도 아닌 이상적 성장)’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크레딧 비중을 언더웨이트로 낮췄다고 밝혔다.

IMF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40%로 제시한 바 있으며, 달러 약세가 반전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주요국의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Mish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여러 위험자산이 이미 우리가 전망한 수준 이상의 성장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크레딧 시장이 단연 ‘아웃라이어’”라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및 추가 맥락

크레딧 스프레드는 동일 만기의 국채 대비 기업채가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이자차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기 우려가 커질수록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위험 선호가 높아지면 축소된다.

하이일드 채권이란 ‘정크본드’로도 불리며, 투자등급(BBB-)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이 발행한다. 고수익·고위험 특성이 있어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베이시스포인트(bp)1bp=0.01%p로, 채권금리 변동치를 정밀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골디락스 시나리오는 물가와 성장률이 모두 안정적이어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거나 내릴 필요가 없는 이상적 경제 국면을 일컫는다.


전문가 시사점

전문가들은 크레딧 스프레드가 장기 평균 대비 과도하게 낮은 현재 상황을 ‘역사적 과열 구간’으로 규정한다. 채권·주식 동반 랠리 와중에 먼저 균열이 생길 자산군으로 회사채를 지목하면서, 하반기 포트폴리오의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10~11월로 예상되는 미 연준(Fed)의 금리 동결 지속 여부미국 기업의 리파이낸싱 러시가 맞물리면 스프레드 확대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투자자 역시 글로벌 채권형 ETF 비중을 급격히 늘려온 만큼, 달러 금리·환율 변동과 함께 기업 신용위험 지표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투자등급·하이일드 모두에 대한 신중 접근이 요구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