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I에 사활 건 소프트뱅크…창사 이래 최대 승부수

도쿄‧실리콘밸리발 CNBC 원문 번역 – 세계적 투자자이자 소프트뱅크 그룹(SoftBank Group Corp.) 창업자인 손정의(孫正義) 회장이 자신의 경영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소프트뱅크를 인공지능(AI) 혁명의 중심으로 세우겠다는 목표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며, 이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인수에 나섰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손 회장은 “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인공 초지능)향후 10년 안에 인간 지능의 1만 배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전망은 대담하지만, 2000년 알리바바에 단행한 2,000만 달러(약 267억 원) 투자로 수백억 달러 차익을 거둔 전례를 고려하면 그리 낯설지 않다.

SoftBank Chart IconAI를 둘러싼 이같은 낙관론은 손 회장의 개인적 신념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해 사내 연설에서 “소프트뱅크는 ASI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며, 나 자신도 그 사명을 위해 태어났다”고 밝힌 바 있다.


1. 소프트뱅크의 대규모 AI 포트폴리오

2016년,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홀딩스(Arm Ltd.)를 약 320억 달러에 인수했다. ARM은 전 세계 스마트폰 프로세서 설계의 사실상 표준으로, 현재 시가총액은 1,450억 달러를 넘어섰다. ARM 설계는 엔비디아(Nvidia) 데이터센터용 시스템에도 포함되며, 최근에는 AI 인프라 핵심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이어 2025년 3월 소프트뱅크는 서버용 프로세서 전문기업 앰페어 컴퓨팅(Ampere Computing)을 65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핵심 투자 대상은 챗GPT로 유명한 오픈AI(OpenAI)다. 회사 측은 오픈AI 관련 누적 투자·협력 규모가 4조8,000억 엔(약 32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손 회장은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로봇, 헬스케어 등 ‘AI 스택’ 전 영역에 걸쳐 수십 개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닐 샤(Neil Shah) 공동설립자는 “손 회장은 반도체부터 로봇·자율주행·교육·헬스 분야까지 가로로 긴밀히 연결된 AI 생태계를 구축해 장기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2. ‘뇌 컴퓨터’와 로봇의 꿈

배경 용어 설명1
ASI: AI 발전 단계 중 최고 수준으로, 인간 지능을 압도적으로 넘어서는 ‘초지능’을 의미한다.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처럼 범용 문제 해결이 가능한 지능.
자율주행 유닛 이코노믹스: 수익 구조를 분석할 때 차량 1대 또는 1회 운행당 손익을 계산하는 방식.

손 회장은 2010년 ‘소프트뱅크 향후 30년 비전’을 발표하며 ‘브레인 컴퓨터’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스스로 학습·코딩하는 컴퓨터로, 당시로선 혁신적 아이디어였다. 2012년에는 프랑스 알데바란(Aldebaran)에 지분을 투자해 2014년 감정 인식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를 선보였다. 그는 2015년

“30년 후 로봇이 소프트뱅크 핵심 수익원이 될 것”

이라고 말했으나, 결과적으로 페퍼 사업은 2020년 생산이 중단돼 실패로 기록됐다.

로봇 사업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의 AI 집념은 꺾이지 않았다. 2017년 출범한 비전펀드(Vision Fund)는 1,000억 달러 규모로 당시 세계 최대 테크 투자 펀드였다. 우버(Uber), 디디추싱(Didi), 위워크(WeWork) 등 대형 스타트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지만, 일부 투자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져 2022 회계연도 펀드 손실이 320억 달러에 달했다.


3. 타이밍 논란과 방어 모드

시장에서는 우버·디디 등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기업에 고평가로 투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손 회장은 “자율주행이 AI 첫 상용화 사례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우버는 자율주행 부문을 매각하고 플랫폼 전략으로 선회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지연으로 투자 성과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비전펀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인플레이션, 금리 급등이라는 ‘3중 악재’에 직면했다. 손 회장은 2022년을 기점으로 “디펜스 모드”를 선언해 신규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현금비중을 늘렸다. 하지만 2023년 말 오픈AI ‘챗GPT’ 돌풍이 AI 투자 열기를 재점화하자, 소프트뱅크는 다시 공세(Offense)로 전환해 AI 기업 편입을 가속하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4. 글로벌 AI 패권 경쟁과 리스크

미국·중국 빅테크는 AGI 선점을 목표로 막대한 자본을 투입 중이다. 그러나 기술 패권은 언제든 변동할 수 있다. 올해 초 중국 딥식(DeepSeek)은 저비용 추론(reasoning) 모델을 발표해 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기업이 독점할 것이란 가정이 흔들리자 엔비디아 주가가 10% 급락했고, 글로벌 기술주도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모닝스타(Morningstar)의 댄 베이커(Dan Baker) 수석 애널리스트는 “AI는 아직 초기 단계라 후발주자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소프트뱅크가 현재 선두 기업에 집중 투자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기술 혁신으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 300년 기업 DNA를 위한 장기 비전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300년간 번영하는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고 공언해 왔다. 이러한 ‘초장기 관점’이 고위험 투자 결정의 배경으로 해석된다. 전직 비전펀드 임원은 CNBC에 “손 회장은 실수가 있었음에도 방향성만큼은 일관됐다”며 “AI 분야에서 진정한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목표를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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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가 AI 반도체·모델·로봇·서비스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포트폴리오 구축에 강점을 가진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실패 확률과 손실 규모도 커진다. 특히 AI 칩 공급망, 미국·중국 간 규제 리스크, 오픈AI 지분 구조 변화 등이 변수로 거론된다.

결국 손 회장이 제시한 ‘ASI 10년 플랜’이 현실화되느냐가 관건이다. ARM과 앰페어가 선도하는 저전력 AI 칩, 오픈AI·웨이브(Wayve)·딥식 등 소프트뱅크 포트폴리오 기업 간 시너지가 실질적 매출·이익으로 이어질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손정의 회장은 과거 알리바바 투자로 입증된 ‘통 큰 베팅’ 전략을 다시 한 번 AI라는 거대 테마에 적용 중이다. 위험과 보상이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게임에서, 이번 승부가 ‘성공적 복기’가 될지 ‘또 다른 실책’이 될지는 향후 5~10년 안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주석1 : 용어 설명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원문 정보에 기반하여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