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뉴욕발 —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이 일본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 페이페이(PayPay)의 미국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주관사로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미즈호 파이낸셜그룹‧모건스탠리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상장으로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이상의 자금 조달이 이뤄질 전망이다.
2025년 8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상장은 이르면 올해 4분기에 이뤄질 수 있으며, 구체적인 일정과 공모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들은 해당 정보가 비공개라는 점을 들어 세부 논의 내용 공개를 자제했다.
소프트뱅크(도쿄증권거래소 9984)는 이번 사안에 대해 “코멘트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으며, 주관사로 거론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미즈호파이낸셜그룹(Mizuho Financial Group)‧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역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페이페이는 일본 소비자의 ‘현금 선호’ 문화를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출시 초기부터 결제액 일부를 캐시백(현금 환급) 형태로 돌려주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용자를 빠르게 끌어모았으며, 현재는 온라인 뱅킹·신용카드·대출 등 핀테크 분야 전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우리는 페이페이를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자산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증시는 규모와 유동성 측면에서 최적의 무대”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로이터는 2023년에도 소프트뱅크가 페이페이의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이라고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초 실적발표 자리를 통해 “페이페이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는 것이 그룹 전략상 중요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주요 배경 및 의의
만약 상장이 성사된다면, 이는 소프트뱅크가 2023년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 Holdings)을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미국 IPO가 된다. 암은 공모가 기준 545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상장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1,4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IPO 시장은 지난 1년간 기술기업 실적 호조와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침체됐던 시장 흐름이 반전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페이페이 지분 구조는 소프트뱅크 계열 여러 법인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동통신 자회사 소프트뱅크 주식회사(SoftBank Corp.),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Vision Fund), 그리고 네이버(Naver)와 합작한 인터넷 사업 법인 LY Corp. 등이 각각 일부 지분을 보유해 복합적 지배 구조를 형성한다.
전문가 해설: ‘IPO’와 ‘핀테크’ 이해하기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비상장 기업이 주식을 발행해 처음으로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상장을 통해 기업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지분을 확보할 기회를 얻는다.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로보어드바이저·디지털 뱅킹 등 IT 기술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혁신하는 산업을 가리킨다. 페이페이는 이를 대표하는 일본 내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시장 전망 및 기자 의견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과 미국 빅테크 실적 호조가 맞물리며 4분기 기술·핀테크 기업 공모 시장이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최근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달러 강세 흐름이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공존한다.
본 기자는 페이페이 사례가 일본 내 스타트업의 해외 자본시장 진출 가능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현지 투자 생태계가 아직 국내 IPO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공적 상장은 아시아 핀테크 기업에 새로운 확장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미국 금리·환율 환경과 엔화 약세 기조가 투자 심리에 미칠 영향, 그리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사 일정이다. 소프트뱅크의 공격적 행보가 얼마나 빠르게 결실을 맺을지는 앞으로 3~6개월 내 공개될 예비공시(증권신고서)에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