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이 보여준 7월의 ‘약한 성적표’가 향후 경기 흐름을 가늠할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영국계 경제조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최근 보고서에서 “7월 고용지표 부진은 앞으로 다가올 상황의 예고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이민 정책이 지속될 경우 고용 증가세가 한층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된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 증가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3개월 평균으로 계산한 고용 증가는 35,000명에 그쳐 1년 전 같은 기간의 123,000명과 비교해 크게 둔화됐다.
게다가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은 6월과 5월 수치를 대폭 하향 조정, 두 달 동안 총 258,000개의 일자리가 처음 공표된 수치보다 적게 창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수치 조정은 경기침체(recession)가 아닌 국면에서는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고용지표 발표 직후 뉴욕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데이터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BLS 국장을 전격 해임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잘못된 수치”라고 주장했으나, 시장 충격은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스티븐 브라운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이끄는 캐피털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 팀은 “시장 반응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경기침체기가 아닌 상황에서 두 달 연속 대규모 하향 조정은 드물지만, 1980년대 중반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고 당시에도 국내총생산(GDP)은 견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하향 조정의 절반 이상은 주·지방정부 교육 부문(education payroll)의 통계적 과대 계상 정정에서 기인했으며, 그 자체로 경기 둔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 캐피털이코노믹스 보고서
BLS 디퓨전지수(diffusion index)는 254개 산업군 중 고용이 증가한 비율을 0~100으로 나타낸다. 50 미만이면 일자리를 늘린 업종보다 줄인 업종이 더 많다는 뜻이다. 7월 디퓨전지수는 50을 밑돌았는데, 이는 일정 부분 고용 저하 신호로 해석된다.
7월 실업률은 전월보다 0.1%p 높은 4.2%로 상승했다. 가계조사(Household Survey) 기준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결과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민 억제 정책과 무역 갈등이라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경제를 떠받쳐 왔으나, 고용시장의 틈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민 제한 정책은 노동 공급을 급격히 위축시키며 향후 월평균 50,000명 수준의 고용 증가세로 떨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는 73,000명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실업률이 2025년 말에는 4.3% 수준까지 소폭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Full Employment)에 근접한 상태를 유지하되, 노동 시장 모멘텀은 예년보다 약화된다는 해석이다.
연방준비제도(Fed)·금리 결정과의 연계성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8월 고용보고서로 향하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노동 시장이 추가로 느슨해질 경우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도, “단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소비자물가(CPI)를 자극할 경우 Fed가 행동을 망설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용어 설명
•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은 농업과 가정부문을 제외한 미국 내 취업자 변동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다.
• 디퓨전지수(Diffusion Index)는 고용이 증가한 업종 비율을 뜻하며, 50보다 높으면 확산(고용 확대), 50보다 낮으면 수축(고용 축소) 국면으로 이해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고용시장은 통상 다른 거시지표보다 후행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 정책·무역 마찰·금리 경로라는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분기별 고용 트렌드가 정책·시장 판단의 핵심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동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약되면 임금 상승 압력이 커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의 정책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8월과 9월의 고용·물가 패턴이 Fed의 통화정책과 주식·채권·달러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라면 ‘고용 둔화 → 금리 인하 → 달러 약세·주가 강세’라는 단순 논리를 경계하고, 통화·재정·무역 정책 변수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