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12년에 걸쳐 국내총생산(GDP)의 11.6%에 해당하는 5,000억 유로(약 7,400억 달러) 규모 인프라·국방 투자 패키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정부가 제시한 집행 속도 목표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패키지는 대규모 인프라 현대화와 국방비 증액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특히 독일식 재정규율(‘부채 브레이크1’)을 지키면서도 경기 부양을 도모하려는 시도로 주목받는다.
연방 재무부가 제출한 2025·2026년 예산안 초안에는 정부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예산과 특별기금에서 조달되는 투자액이 GDP 대비 2024년 2.0%에서 2025년 2.6%, 2026년 2.8%로 상승할 것”
이라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UBS 애널리스트들은 집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25 회계연도 예산은 9월이 돼서야 연방의회를 통과할 예정이어서, 실제 집행 기간이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UBS는 “올해 안으로 대규모 지출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역대 미집행 사례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다. UBS는 최근 수년간 독일 정부의 실제 투자 집행액이 매년 당초 계획치에 비해 상당 폭(2024년 기준 약 20%)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행정 절차 지연, 인력·자재 부족, 지방정부 공모 방식의 복잡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UBS는 인프라와 국방 지출을 합산할 경우, 순재정 자극 효과가 2026년 GDP의 0.7%, 2027년 0.8%로 계산된다고 추정했다. 이는 같은 해 실질 GDP 성장률을 각각 55bp2, 65bp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2027년 1.9%까지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UBS는
“장기 성장 경로는 완료 시점, 노동·규제 개혁 등 구조적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
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재화·서비스의 총액을 의미한다. 경기 규모 및 성장 추이를 파악하는 대표 지표다.
• bp(basis point)는 금리·성장률 변화폭을 표시할 때 쓰이며, 1bp는 0.01%포인트다. 예컨대 55bp는 0.55%포인트 상승을 뜻한다.
• 부채 브레이크는 독일 기본법(헌법)에 명시된 재정 규율 장치로, 연방정부의 구조적 재정적자 한도를 GDP의 0.35%로 제한한다.
전문가 분석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공급망 재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 분담금 확대 요구 등으로 재정수요가 급증했다. 그러나 헌법상 ‘부채 브레이크’를 완화하려면 연방의회 내 3분의 2 찬성이 필요해, 차기 총선 이후 정치 지형에 따라 집행 속도가 추가로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독일국채(Bund) 발행 규모 확대와 투자자 수요,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기조가 만날 경우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EU 회원국 다수가 팬데믹 이후 재정지출을 늘리는 와중에도, 독일의 투자 적체 현상은 ‘유럽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병목 현상’으로 지적돼 왔다. UBS 보고서가 제기한 행정·절차적 지연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번 대규모 패키지도 실질 성장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독일의 5,000억 유로 인프라·국방 투자 계획은 명목상 '유럽 최대 규모 경기부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나, 실속 있는 성장 견인을 위해서는 신속한 예산 집행 시스템 구축과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