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의 ‘영토 교환’ 제안 일축…“점유자에게 땅 내줄 수 없다”

트럼프·젤렌스키 조합 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영토 교환’ 평화안에 대해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은 점유자에게 영토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9일,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새벽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미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어느 누구도 이 헌법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인은 점유자에게 땅을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트럼프·푸틴 회담 예고와 ‘영토 스와핑’ 발언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Truth Social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첫 대면 회담이 “다음 주 금요일 알래스카에서 열린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게시물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같은 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휴전을 위해 양국 간 일부 영토를 상호 교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조만간 더 이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결정은 평화에 반하는 결정이며, 아무 성과도 거둘 수 없다”

는 젤렌스키의 강경 대응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전황

러시아 요구 조건과 알래스카 회담의 불확실성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푸틴이 일방적으로 합병을 선언한 4개 지역(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과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 포기를 우크라이나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NATO 영구 불가입영세 중립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해당 지역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영세 중립이란 특정 국가가 국제법상 영구 중립 지위를 선언하고 군사동맹에 가입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젤렌스키의 입장과 국제 사회 반응

우크라이나 정부는 ‘안보 보증(Security Guarantees)’이 포함되지 않는 어떤 협정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과거 부다페스트 양해각서(1994)에서 핵무기를 포기한 대가로 약속받은 안전 보장을 상기시키며, 러시아의 재침략을 막을 실질적 장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외교안보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피터 왓킨스 연구원은 NBC 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알래스카 회담은 장기적 협상 과정의 한 ‘단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러시아는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제재 카드와 정치적 계산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 ‘24시간 내 전쟁 종식’을 공언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그 시한을 연장했다. 그는 푸틴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제재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으나, 실제 시행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확보해야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근본적 목표가 바뀌지 않는 이상 큰 틀의 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팽배하다.


전선의 현실: 드론 공격과 민간 피해

회의 기대감과 달리, 현장에서는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9일 새벽 러시아군 드론이 헤르손 외곽 미니버스를 공격해 2명이 사망, 6명이 부상했다고 지역 검찰은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사령부는 같은 날 러시아가 무인기 47기를 발사했으며, 이 중 31기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드론

용어·배경 설명

Truth Social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2년 개설한 자체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기존 트위터·페이스북의 계정 정지 이후 주요 발언 창구로 쓰이고 있다.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국제 문제 연구소로, 세계 각국 정치·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알래스카 회담은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와 중국 고위급이 만난 앵커리지 회동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최대 규모의 북극권 외교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 관전 포인트

영토 교환안의 실효성 – 우크라이나가 헌법상 영토 불가분 원칙을 고수하는 한, 영토 일부를 공식 양도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낮다.

미·러 관계 복원 신호 – 트럼프·푸틴 회담이 양국 간 긴장 완화의 단초가 될 수 있으나, 우크라이나를 테이블 밖에 두는 방식은 유럽 동맹국의 강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전쟁 장기화 리스크 – 휴전협정이 불발될 경우, 러시아의 점진적 공세와 우크라이나의 방어전은 유럽 안보 지형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전쟁은 외교에서 생긴 균열이 무력으로 폭발한 결과다. 알래스카에서 그 균열을 메울 실마리가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