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2025년 8월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든 ‘100% 반도체 관세’ ‘세컨더리 관세’ ‘전 품목 평균 15% 관세 상향’ 카드가 월가를 강타했다. 그러나 단기 주가 충격은 크지 않았다. 시장은 이를 “또 한 번의 협상용 레토릭”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 파급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①거시지표, ②기업 실적, ③연준 통화정책, ④자산군별 밸류에이션을 총망라해 ‘트럼프 관세 체제’가 앞으로 최소 1년 이상 미국 경제·금융시장에 남길 구조적 흔적을 분석한다.
1. 관세 인상, 숫자로 본 충격의 크기
1.1 평균 관세율 급등 시나리오
구분 | 2024년 | 관세 상향 후 | 증가폭 |
---|---|---|---|
미국 평균 관세율 | 2.3% | 15.2% | +12.9%p |
반도체·전자부품 | 3.0% | 100.0% | +97.0%p |
인도산 제품 | 25.0% | 50.0% | +25.0%p |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추산에 따르면 모든 고율 관세안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GDP 성장률이 0.8%p~1.1%p 감소하고, 근원 PCE 물가가 0.4%p~0.6%p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 수치는 작아 보이지만,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2%)와 성장 정체 구간(1%대 초중반) 사이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정책 미묘구간’을 침범한다.
1.2 물가 채널: ‘좋은’ 공급충격 vs ‘나쁜’ 공급충격
일반적으로 미국이 경험한 공급충격(예: 셰일 붐, 중국발 소비재 디플레이션)은 물가를 낮추며 성장을 견인해 ‘좋은 공급충격’으로 분류된다. 반면 관세는 가격을 올리고 수요를 훼손하는 ‘나쁜 공급충격’이다. 역사적 회귀분석 결과 5%p의 관세율 인상은 1년 시차로 CPI 0.25%p, 핵심 PCE 0.18%p를 끌어올렸다.
2. 연준 딜레마: 9월 인하 시나리오의 균열
2.1 FedWatch가 말해 주지 못하는 것
CME FedWatch는 8월 8일 현재 9월 25bp 인하 확률 91%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확률은 선물시장 참가자의 평균 베팅일 뿐, 관세 변수 같은 이산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재조정이 빠르지 못하다. 2018~2019년 무역분쟁 국면을 복원하면, 첫 관세 발동 직후 예상 인하 확률이 10영업일 동안 30%p 줄어든 선례가 있다.
2.2 점도표·실제 정책·시장금리 삼각 괴리
- 점도표(6월): 2025년 말 정책금리 중간값 4.5%.
- 선물시장: 연말 Fed Funds 3.75% 가격.
- 10년물 국채수익률: 8월 8일 4.28%, 1주 최고치.
관세 충격→인플레 기대상승→장기금리 상승→금리 인하 속도 지연, 이 연쇄고리는 2026년 중반까지 지속될 수 있다.
3. 기업 실적: 관세 전가 능력이 성패를 가른다
3.1 두 얼굴의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FactSet에 따르면 2분기 S&P500 이익 증가율은 +9.1%로, 시즌 개막 전 예상치(+2.8%)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영업마진 12.6%는 전년 동기보다 0.4%p 하락했다. 이는 이미 비용 전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3.2 섹터별 관세 민감도
섹터 | 중국산 원재료 비중 | 관세 인상 시 EPS 민감도(%) |
---|---|---|
반도체 | 42% | -18% |
자동차·부품 | 33% | -11% |
의류·소비재 | 29% | -9% |
정유·화학 | 15% | -4% |
헬스케어 | <10% | -2% |
특히 100%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되면, PCE·CPI 사이의 통계 괴리가 심화돼 연준의 판단을 교란할 수 있다.
4. 자산군별 장기 투자전략
4.1 주식: ‘TACO’ 패턴 반복? 아니면 밸류에이션 리셋?
2018~19년 무역분쟁에서 나타난 트럼프 Always Chickens Out(TACO) 패턴—강경 발언 후 철회—을 시장은 학습했지만, 이번에는 관세가 실제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두 가지다. ①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재정적자+인플레라는 이중 압박을 받는다. ②장기화된 지정학 충돌 속에 관세가 안보정책으로 재정의됐다.
4.2 채권: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냐 스태그플레이션 헤지냐
- 10년물 BEI(브레이크이븐 인플레율)이 이미 2.4% 돌파.
-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듀레이션 짧은 T-Bill의 현금성 매력 부각.
- 물가연동채(TIPS)·고배당 방어주로 균형 조정 필요.
4.3 원자재·금: 관세=공급 병목→금 가격 고공행진
스위스산 금괴 관세 논란은 온스당 3,500달러선을 테스트하게 만들었다. 만약 관세가 철회돼 단기 되돌림이 있더라도, 무역장벽 확대→달러 약세→신흥국 중앙은행 매입 증가라는 구조적 수요는 유지된다.
5. 결론: ‘뉴 노멀’이 아닌 ‘뉴 머틀리-머들’(New Muddly Model)
트럼프 관세 체제는 명확한 수혜자·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물가는 오르는데 성장은 둔화, 연준은 금리를 내리고 싶지만 인플레이션 목표를 위협받는다. 이른바 ‘뉴 머틀리-머들’(질척거리는 혼돈) 국면이다.
5.1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실천적 체크리스트
- 이익 방어력 점검: ①해외 매출 의존도 ②가격 전가력 ③공급체인 다변화 전략.
- 포트폴리오 듀레이션 관리: T-Bill 3~6개월물 편입 비중 10~15% 유지.
- 실물 헤지 비중 확대: 금·구리·농산물 등 실물자산 5~10%로 상향.
- 달러/위안, 달러/MXN 변동성: 관세 타깃 신흥국 통화헤지 ETF 활용.
결국 관세라는 ‘나쁜 공급충격’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으면, 시장은 성장주 프리미엄을 일부 덜어내는 대신 현금흐름·배당·실물 자산 가치를 재평가하게 된다. 지금은 일시적 호재·악재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더라도, 단계적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장기 리스크 대비 구간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 경제칼럼니스트 & 데이터 애널리스트 2025년 8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