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완화 기대에 달러 약세…미중 무역관세·귀금속 시장 동향도 주목

달러 인덱스(DXY)는 8일(현지 시각) -0.20% 하락하며 주간 마지막 거래일을 마감했으나, 전일 기록한 1.5주 만의 저점보다는 소폭 위에서 지지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스티븐 미런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지명 소식에 주목하며,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기울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했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늦게 공석이 된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임시 후임으로 미런을 지명했다. 미런은 시장에서 ‘비둘기파’(dovish)로 분류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동조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달러 매도 압력이 가중됐다.

주가 강세도 달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 달러 유동성 수요가 둔화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 낙폭은 제한됐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는 “연준은 물가 목표 달성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당분간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무살렘 총재의 발언은 다소 매파적(hawkish)으로 해석돼 달러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무역관세 이슈도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반도체 수입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기업이 미국 내 생산 계획을 입증하면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다. 또한 반도체를 사용한 전자제품에도 별도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더불어 미국은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수입한 데 대한 보복 성격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의약품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해당 조치들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종전 13.3%에서 15.2%로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2024년(2.3%) 대비 상당한 상승 폭이다.

연방기금(FF) 선물 시장은 9월 16~17일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90%로,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61%로 각각 반영했다.

유로/달러(EUR/USD)는 -0.12% 하락했다.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유로존 경기 둔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이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를 모색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낙폭은 제한됐다.

이와 관련해 금리스왑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11일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불과 9%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달러/엔(USD/JPY) 환율은 +0.39% 상승했다. 일본 경제가 미 관세 정책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일본 6월 가계지출 증가율(+1.3% YoY)이 예상치(+2.7%)를 밑돌면서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미 국채금리 상승 역시 엔화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7월 30~31일 일본은행(BOJ) 의사록은 다소 매파적이었다. 한 위원은 “미 관세 여파를 지켜보면서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7월 경제워처 기대지수가 6개월래 최고치인 47.3으로 상승(전월 대비 +1.4p)해 엔화에 부분적 지지력을 제공했다.


귀금속 시장 동향도 눈길을 끈다. 12월물 금(Gold) 선물 가격은 온스당 +37.60달러(+1.09%) 급등하며 3.5개월 최고치로 올라섰고, 9월물 은(Silver)도 +0.65% 상승해 2주래 고점을 기록했다. 달러 약세와 미런 지명에 따른 완화 기대가 금·은 수요를 촉진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스위스산 1㎏·100온스 골드바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자 공급 차질 우려가 불거지며 금값은 장중 급등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곧 행정명령을 통해 금괴 관세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설명하면서 장 마감 후 금값은 온스당 30달러 이상 반락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7월 6만 트로이온스의 금을 추가 매입해 9개월 연속 보유량을 늘렸다. 이는 달러 자산 대안으로서 금을 선호하는 중앙은행 수요를 시사한다.

이와 함께 금 ETF 보유잔고가 7일 기준 2년 만의 최고치를, 은 ETF 잔고는 3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경신하며 펀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우크라이나·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안전자산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용어 해설

• 달러 인덱스(DXY) : 미국 달러를 주요 6개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프랑)와 비교해 산출한 지수다. 수치가 높을수록 달러 강세를 의미한다.
• FOMC :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로, 연간 8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와 자산매입 정책을 결정한다.
• T-note :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2~10년 만기 중기 국채(Treasury Note)를 말한다.
• 경제워처 조사 : 일본 내 소매·서비스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경기 체감을 조사하는 지표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수축을 의미한다.


전문가 시각

달러 약세가 단기적으로는 금·은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으나, 미 장기금리 상승과 무살렘 총재 등 일부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기류가 공존하고 있어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실제로 물가를 자극할 경우,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가 예상보다 덜 적극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귀금속 시장 참가자들은 9월 FOMC 전까지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잭슨홀 심포지엄 연설 등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