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대폭 확대…前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부시 WH 경제고문 등 포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지명 작업을 위해 후보군을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캠프 관계자를 인용해, 기존 4명에서 약 10명으로 확대된 명단에는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마크 서멀린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측 핵심 실무진은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 끝나는 시점에 맞춰 새 의장을 지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명단 확장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서는 조치로, 캠프 내 인선 과정이 초기 단계에서 본격적인 검증 국면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후보는 다음과 같다. ① 케빈 해싯 前 NEC 위원장 ② 케빈 워시 前 연준 이사 ③ 크리스토퍼 월러 現 연준 이사 ④ 제임스 불러드 前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⑤ 마크 서멀린 前 부시 행정부 경제고문 등 총 10여 명이다. 이 가운데 해싯·워시·월러 3인은 이미 로이터 보도를 통해 물망에 오른 사실이 확인된 바 있으며, 이번에 불러드·서멀린이 합류하면서 폭넓은 스펙트럼의 통화정책 성향이 교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파월 비판 이어가며 인사 독립성 논란 재점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경선 기간 내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 경기 부양의 기회를 놓쳤다”고 파월 의장을 공개 비판해 왔다. 실제로 그는 2018년 파월을 의장으로 승진 임명한 직후부터 통화정책이 “너무 매파적(hawkish)“이라고 질타했으며, 이번 인선 과정에서도 “기존 연준 지도부와 결별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우리는 이자율을 낮춰 미국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 트럼프, 2025년 7월 집회 연설 中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언이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의 인사와 정책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돼 있기 때문이다.


후보별 통화정책 성향ㆍ주요 이력

제임스 불러드는 2008~2023년 세인트루이스 연은을 이끌며 강경 매파로 분류돼 왔다. 팬데믹 초기 과감한 부양책을 지지했지만,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다른 총재들보다 빠른 금리 인상을 주장해 주목받았다.

마크 서멀린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NEC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이후 민간 경제컨설팅사 Concordia Consulting을 설립해 기업ㆍ정책 자문에 집중해 왔다. 그는 비교적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빈 해싯은 2017~2019년 트럼프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역임했고, 세율 인하가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이른바 공급측 경제학에 기반한 견해로 유명하다.

케빈 워시는 2006~2011년 연준 이사로 재임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 확대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월가 경험이 풍부해 금융시장 구조를 잘 이해하지만, 대형은행 규제 완화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리스토퍼 월러는 2020년 트럼프가 지명해 현재까지 연준 이사로 활동 중이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답게 데이터 기반 접근을 중시하며, 인플레이션 억제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예상 일정 및 절차

연준 의장 임기는 4년이며, 통상적으로 만료 6개월 전까지 차기 의장을 공식 지명한다. 따라서 이번 인선은 2025년 하반기~2026년 초 상원 인준 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명단 확대로 검증 작업이 늘어남에 따라 지명 시점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캠프 측 소식통은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주도하는 태스크포스가 후보별 정책 적합성과 상원 통과 가능성을 중점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해싯 등 정통 매파를 지명했다가 상원 반발에 부딪혀 고전한 전례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연준 이사(14년 임기) 공석도 병행 검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가 전격 사임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티븐 미런 CEA 위원을 임시로 보드에 투입했다. 미런의 임기는 2026년 1월 31일까지 남아 있어, 2월 1일부터 시작되는 정식 14년 임기 이사 자리에 누구를 앉힐지도 향후 인선의 중대 변수로 꼽힌다.

연준 이사 임기가 14년으로 긴 이유는, 정치 주기에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제도적 장치다.


시장 영향 및 전망

현재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는 5.25~5.50%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트럼프가 언급한 조기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달러 약세위험자산 선호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월가에서 제기된다. 반면, 불러드·월러가 의장으로 발탁될 경우, 물가 관리에 방점을 두는 매파적 스탠스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공존한다.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정책 연속성과 시장 신뢰를 위해서는 파월 연임 또는 월러 승진이 가장 무난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씨티그룹은 “정치적 공약 이행 차원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인사가 낙점될 공산이 있다”고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용어ㆍ기관 설명Glossary

국가경제위원회(NEC): 미국 백악관 산하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한다. 예산관리국(OMB)ㆍ재무부 등과 협의해 세제ㆍ무역ㆍ금융 규제 등을 총괄한다.

연준(Fed): 미국의 중앙은행 체계로, 통화정책 수립ㆍ감독 업무를 담당한다. 의장 1명, 이사 6명(총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Board of Governors)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구성해 금리 결정 및 자산매입 등을 의결한다.

연방기금금리: 은행 간 초단기(하루짜리)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로, 미국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연준은 이 금리를 목표 범위로 유도해 인플레이션과 고용을 조절한다.


기자 전문 분석Insight

연준 의장 인선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를 넘어 전 세계 자본시장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특히 2025~2026년은 디스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과도기로,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가 시장 밸류에이션 재조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가 완화적 인사를 선택할 경우, 장기 채권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며 고평가 논란을 빚던 빅테크ㆍ고성장주가 재차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매파가 지명되면, “인플레이션 파이터” 신뢰가 강화돼 미국채 장단기 금리 차가 가팔라지고, 달러 강세 기조가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결국, 트럼프 캠프가 중도적 선택을 할지 아니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초저금리’를 공언한 완화적 후보를 밀어붙일지는 앞으로 상원 다수당 구도, 경기지표,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