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 의장 후보 명단을 확대하며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경제 컨설턴트 마크 서멀린을 새롭게 포함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이미 10명 안팎으로 추려진 후보군에 두 사람을 추가했다. 이번 보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복수의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추가된 후보는 불러드·서멀린 외에도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그리고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등이다. 이로써 후보군 규모는 대략 10명 수준으로 늘어났으며, 트럼프는 이 가운데 최종 후보를 직접 만나 결정할 방침이다.
불러드는 2008년 금융위기부터 2023년까지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를 지낸 인물이다. 통화정책에서 ‘비둘기파(완화 선호)’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데이터 기반 접근으로 시장 신뢰를 얻었다. 서멀린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경제 고문으로 일한 뒤 민간 경제콘설팅사 서멀린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해 대표로 활동해 왔다.
연준 의장은 미국 중앙은행 시스템을 이끄는 자리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으나, 연준의 금리 방향은 원/달러 환율과 국내 채권 금리에도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인선 절차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주도한다. 베센트 장관은 모든 후보와 1차 면담을 진행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최종 인터뷰 대상자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2017년 당시 트럼프 정부가 공개 지원서를 받아 연준 의장을 선발했던 절차와는 대조적이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8일(현지시간) “월러 이사가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월러는 미셸 보먼 이사와 함께 7월 FOMC 회의에서 ‘0.25%p 인하’를 주장했으나 표결에서 소수 의견으로 남았다. 그러나 WSJ는 “일부 행정부 인사들이 월러의 당선 가능성에 회의적이며, 실질적으로는 ‘다크호스’에 가깝다”고 전했다.
같은 날 트럼프는 공석이 된 연준 이사 자리에 스티븐 미란 전 재무부 고문을 지명했다. 이는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가 돌연 사임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베센트 장관은 과거 “행정부가 차기 연준 이사로 지명한 인물이 결국 차기 의장으로 낙점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어, 미란의 지명이 차기 의장 레이스에 어떤 변수를 줄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수개월간 파월 의장을 공개 비난하며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그는 파월에게 ‘Too Late’라는 별명을 붙이며 통화정책 속도 조절 실패를 지적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 만료되며,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누가 되든 간에,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명확하다. 강달러와 고금리 기조가 완화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 시각 및 잠재적 파장
국내 증권가에서는 불러드·월러·서멀린 세 명 모두 ‘완화적 스탠스’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에도 완만한 완화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불러드는 장기채 금리가 급등할 때마다 신속한 정책 대응을 주문해 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반면, 월러는 ‘데이터 의존’을 강조해 최근 고용시장 냉각과 물가 안정 속도를 면밀히 살필 것으로 보인다.
서멀린은 컨설턴트 출신답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콤비네이션’에 무게를 두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의장에 오를 경우, 감세와 같은 재정확대책과 동시에 완화적 금리를 병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재정적자 확대 리스크를 동반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성장률 부양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트럼프 재선 전략에도 부합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 ‘인사 개입’이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70년대 후반부터 연준 인선은 ‘탈정치화’를 목표로 삼아 왔으나, 최근 몇 년 동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의장을 비판하거나 교체 의사를 드러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보도는 프랭크 디마테오 기자가 추가 취재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