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UC) 시스템이 UCLA(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 대한 연방정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합의 제안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해 온 연방자금 동결 해제 협상의 일환이다. 정부는 지난해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격화됐다는 이유로 UCLA를 포함한 여러 대학의 자금을 중단했다.
UCLA는 이번 조치로 5억8,400만 달러의 연방 연구·보조금이 즉각 묶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 내 반(反)유대주의를 방조했다”며 재정 제재를 예고해 왔다. 각 대학들은 시위대의 이스라엘 비판을 무조건 반유대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학문·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고 반박했다.
시위와 자금 동결, 무엇이 쟁점인가
2024년 UCLA 캠퍼스에서는 규모가 큰 시위가 반복됐다. 학생·교직원·시민단체는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과 팔레스타인 점령정책을 규탄했다. 일부 유대계 단체는 “이스라엘군 비판이 곧 유대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번졌다”며 정부 조사와 자금 중단을 요청했다. 반면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인권 옹호와 정치적 표현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UC 시스템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되 혐오·폭력은 배격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연방 교육부·법무부는 “캠퍼스가 반유대주의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UCLA를 포함한 10여 개 대학을 조사하고 자금을 동결했다.
UC 총장의 공식 입장 및 합의 절차
UC 시스템 총괄 책임자인 제임스 밀리컨 총장은 “연방 법무부로부터 합의 문건을 막 접수했으며, 세부 조건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 밝히고 “이번 주 초 정부 측에 대화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안은 연구비·학생재정지원·시설투자에 대한 동결 해제와 동시에 대학 측의 일정 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문서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앞서 컬럼비아대(약 2억2,000만 달러)·브라운대(5,000만 달러)가 체결한 사례를 감안할 때 특정 교육 프로그램 개선, 차별방지 대책 보고, 외부 모니터링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UC는 지난주에도 6백만 달러를 배상하는 별도 민사 소송 합의를 맺었다. 학생·교수 일단은 “학내 반유대적 괴롭힘을 학교가 방치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2024년 친팔레스타인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로 대학이 추가 피소되기도 했다.
전문가 분석: 표현의 자유 vs. 차별 금지
학계와 시민단체는 이번 사안을 표현의 자유 침해와 학문적 자율성에 대한 중대한 시험대로 본다. 뉴욕대 법학자 리사 브라운 교수는 “연방 자금은 연구·장학 등 공익에 직결된다”며 “정치적 표현 문제로 자금을 무기 삼는 것은 대학의 본질적 기능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대학이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적 운동을 방치해 캠퍼스가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 됐다”며 “정부 개입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안티세미티즘(Antisemitism)은 유대인에 대한 혐오·차별을 의미한다. 이슬라마포비아(Islamophobia)는 이슬람교·무슬림에 대한 편견·공포를 뜻한다. 두 용어 모두 복잡한 중동 분쟁 속에서 빈번히 언급되며, 미국 내 대학가는 이 두 혐오 사이의 균형 있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시민단체 아메리칸시빌리버티스연합(ACLU)은 “국제 학생 일부를 추방하려는 정부 조치로 적법절차(Due Process) 침해 우려도 커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슬라마포비아에 대해서는 별도 조사를 발표하지 않아 쏠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전망
UCLA가 10억 달러 합의를 받아들일 경우, 동결된 연구비가 단계적으로 해제되고 추가 소송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책 조건·감사 의무를 감수해야 하므로 학내 자율성을 두고 내부 반발이 예상된다. 하버드대와 진행 중인 협상 결과도 주목된다.
결국 이번 협상의 핵심은 재정 안정과 학문·표현의 자유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대학이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달려 있다. 향후 UC 이사회가 합의안을 승인할지, 혹은 추가 협상을 요구할지에 따라 미국 고등교육계 전반의 선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