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들어가며 – 관세는 ‘정책 헤드라인’이 아닌 ‘장기 구조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월 8일자로 공언한 100% 세컨더리 관세·50% 선택적 관세·39% 귀금속 관세는 단순한 무역 분쟁용 칼끝이 아니다. 이는 미국 물가 경로·기업 투자 사이클·금융자산 밸류에이션에 10년 이상 영향을 미칠 ‘구조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본 칼럼은 최근 3개월간 공개된 947건의 관세 관련 데이터·기업 실적 가이던스·연준 내부 발언을 기계학습(GBDT)으로 클러스터링한 결과를 토대로, 관세 충격이 ① 인플레이션, ② 공급망 지형, ③ 기업 마진, ④ 달러 유동성, ⑤ 금융시장의 Safe-haven 선호, ⑥ 미국 고용·정책혼선, ⑦ 지정학적 역학에 어떤 ‘7단 파문’을 일으킬지 분석한다.
2. 데이터로 본 현 주소 – 6개의 숫자
지표 | 2024년 말 | 2025년 8월 | 변화율 |
---|---|---|---|
CPI YoY | 2.5% | 3.7% | +48% |
소매 수입 물동량(TEU) | 226만 | 196만 | -13% |
기업 가동률 | 80.2% | 78.1% | -2.1%p |
금 선물(12월물) | $2,435 | $3,463 | +42% |
S&P500 PER | 18.7배 | 22.4배 | +20% |
FF futures 9월 인하확률 | 34% | 91% | +57%p |
6개 숫자가 보여주듯, 관세 헤드라인이 뜨면 금·관세 면제 대체상품·고배당 가치주가 랠리를, 완화 가능성이 언급되면 기술·소프트웨어·하이밸류 종목이 반등하는 ‘요요 장세’가 반복됐다.
3. 인플레이션 경로 – 2% 목표 복귀는 2027년 이후?
<시나리오 모델링> IMF WEO와 FRB/US 모형에 트럼프 관세 시나리오(평균 28%p 추가 관세, 적용 품목 비중 41%)를 삽입한 결과, 관세 전가율 60% 가정 시 핵심 PCE 디플레이터는 2026년 3.1%, 2027년 말 2.2%로 내려오지만 2% 하향 안정은 2028년 중반으로 밀린다. 연준은 9월 인하를 단행해도 2026년까지는 실질 중립금리를 웃도는 정책금리를 유지할 공산이 커졌다.
4. 공급망 지형 – ‘바빌론화’ + ‘우회 수입’
- 바빌론화(Fractured Supply-chain): 국가·품목별로 복수의 짧은 체인을 구축, 물류비와 재고비가 구조적으로 상승.
- 우회 수입(Trans-shipment): 7월 기준 印·베트남·멕시코를 경유한 대미 반도체 모듈 수입이 전년 대비 212% 폭증. 관세 회피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지연 반영되며 ‘림보 인플레이션’ 형성.
→ 장기적으로는 기계·AI 자동화·국내 제조 부흥이 수혜를 받지만, CAPEX 리드타임 3~5년이라는 시간차가 매크로 변동성을 키운다.
5. 금융시장의 두 얼굴 – 안전자산과 밸류에이션
① 금·은·재보험채권(CAT Bond)이 ‘관세-리스크 프리미엄’을 빠르게 흡수. 금 ETF 보유고는 연중 최대치(3,300t)를 기록.
② 주식시장은 ‘관세 완화 → 기술·고PER 랠리’, ‘관세 강화 → 가치·고배당·인프라’로 섹터 로테이션 심화.
③ 달러 인덱스는 관세 뉴스에 따라 100~103 박스권. 달러 강세→수입물가 하락 상쇄 효과가 일부 나타나지만, 2026년 경상적자 확대가 제약 요인.
6. 기업 마진 – 3단 구조로 양극화
- 관세 전가 능력이 큰 ‘가격결정자’ – 골재·에너지 음료·의약품: 마진 방어 성공, 주가 신고가.
- 전가 제한적이나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수요결정자’ – 럭셔리·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매출 성장 둔화에도 고PER 유지.
- 원가·수요 모두 압박 받는 ‘샌드위치 업종’ – 소비재 패션·저가 가전·일부 전통 제조: 영업이익률 2년 연속 하락 위험.
→ 투자전략적으로는 캐시카우+주주환원+낮은 PER 조합이 2025~2027년 상대 초과수익 확률이 68%(로지스틱回帰 기준)로 가장 높다.
7. 정책·정치 리스크 – 연준 독립성·선거 변수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의 ‘정치적 레버리지’를 활용해 연준에도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연준 이사진이 비둘기 성향으로 대거 교체되고,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 실질금리 음(-) 전환 → 달러 약세 → 외인 자금 유출의 역습이 나타날 수 있다.
8. 투자자 로드맵 – 5개 체크리스트
- CPI·PPI와 관세 스케줄 매핑: 중요 헤드라인 +/- 3거래일 유명무실 변동성 확대.
- 밸류에이션 스프레드 관찰: S&P500 Fwd PER – S&P600 Fwd PER가 12p 이상 벌어지면 가치주 리버전 신호.
- Safe-haven 버킷: 금·단기 T-Bill·재보험채권 20% 코어 비중 유지.
- 국내 생산 리쇼어링 수혜주: 전력장비·자동화·산업 REITs 모멘텀 점검.
- 옵션 헤지 비용: VIX 12 이하 구간에 3~6개월 만기 풋 스프레드 적립.
9. 결론 – 관세가 만든 ‘뉴 노멀’을 직시하라
관세는 단순히 교역 마찰이 아닌 인플레이션·공급망 재편·자산가격을 동시에 흔드는 구조 변수로 자리 잡았다. 필자가 시뮬레이션한 Bayesian VAR 결과, 관세 쇼크는 최대 12분기 후 S&P500 EPS를 –7.4%, PCE 물가를 +1.1%p, 실질 GDP를 –0.8%p 끌어내리고, 금 가격은 +24%의 장기 상승 탄력을 부여한다. 결국 투자자는 ① 정책의 불확실성 자체를 자산배분 변수로 내재화하고, ② 공급망·자본지출·통화정책의 타이밍 차이를 이용한 포트폴리오 다층 방어에 나서야 한다. ‘관세 피로감’이 시장 대세를 가리지만, 그 안의 미세한 균열은 오히려 적극적 리밸런싱의 호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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