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미국 소매업계를 대표하는 전미소매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NRF)이 9일(현지시간) 공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6월 미국으로 유입된 컨테이너(20피트 규격·TEU) 물동량이 전년 동월 대비 8.4% 감소한 196만 TEU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수치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연이은 관세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통·제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관세 정책 변동성은 소매·제조 공급망의 주문·운송 일정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연설에서 10%의 범용 관세를 선언한 이후, 5월 중국과의 일시적 휴전으로 관세율을 30%로 낮췄다가 7월부터 다시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8월 7일부로 인도·브라질·스위스 등에는 최고 50%의 고율이 부과되고 있으며, 나머지 국가에도 10~40%의 다양한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 숫자로 보는 수입 감소
NRF가 집계한 6월 미국 주요 항만 물동량은 196만 TEU로, 5월 대비 0.7%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8.4% 급감했다. 당초 연맹은 1개월 전 206만 TEU(전월 대비 5.9% 증가, 전년 대비 3.7% 감소)를 전망했으나, 실제 결과는 해당 전망치를 4.8%포인트 하회했다. 보고서는 또 2025년 연간 물동량이 2024년보다 5.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불확실성은 소매업체의 연말 성수기 주문 및 선적 규모 예측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관세율이 오를수록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과 적은 선택지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다.” — 조너선 골드 NRF 공급망·관세정책 담당 부사장
골드 부사장은 이어 “시장 개방은 관세 인하를 통해 달성된다“며 “높아진 관세는 소비자 물가 상승, 고용 둔화, 기업 투자 위축, 그리고 미국 경제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관세 직격탄 맞은 의류·신발 업계
이번 통계는 실제 기업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언더아머(Under Armour)와 데커스 아웃도어(Deckers Outdoor) 등 주요 의류·신발 기업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 경유 제품이 고율 관세 대상에 오른 탓에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두 기업 모두 공급망 다변화 및 제3국 우회를 통해 관세 회피 전략을 모색 중이지만, 단기간 내 구조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패션·스포츠용품처럼 시즌 트렌드가 중요한 품목은, 발주→생산→선적→판매까지 최소 6~9개월이 소요된다. 관세율이 분기마다 바뀌면 기업은 선적 시점에 따라 예상 원가가 달라지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이는 영업 마진 악화로 직결되며,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진다.
■ 해운·물류 용어 해설
기사에서 언급된 TEU(20-foot Equivalent Unit)는 길이 20피트(약 6.1m) 컨테이너 1개를 지칭하는 국제 표준 단위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송 규모를 측정하는 기본 잣대이며, 수입·수출 물동량 비교나 항만·물류 인프라 투자 계획 수립 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 향후 전망과 전문가 시각
무역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세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글로벌 공급망 비용에 상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멕시코, 동남아 등 미국의 주요 소비재 생산 거점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이 빠르게 타결되지 않는다면, 2025년 연말 성수기에도 상품 품절·재고 부족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소매업체들의 선적 시점 앞당기기(front-loading) 현상도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기업들은 관세 부과일 직전 대량 선적을 통해 세금을 피했지만, 현재처럼 세율이 빈번히 바뀌면 선적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편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 관리 목표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 목표 물가(2.0% 안팎) 상단이 위협받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 또는 긴축 기조 연장이 불가피할 수 있다.
■ 결론
NRF 데이터는 미국 소비경제가 관세 정책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급망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 이익과 가계 소비 모두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관세가 본래 취지인 ‘국내산업 보호’보다 소비자 부담 전가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시장은 향후 백악관과 의회의 통상정책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