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가 금값 상승세와 지정학적·경제적 위험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를 근거로 향후 3개 연도에 대한 은(銀) 가격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HSBC는 내부 리서치 노트를 통해 은 가격의 연평균 예상치를 2025년 온스당 35.14달러, 2026년 33.96달러, 2027년 31.79달러로 각각 제시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각각 30.28달러·26.95달러·28.30달러) 대비 15~26%가량 상향된 수치다.
HSBC는 “은 가격 랠리는 본질적인 수급 요인보다는 금과의 연동성 덕분에 촉발됐다”고 평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금이 은 가격을 중력처럼 끌어당기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 시장의 동향도 함께 주목된다. 현물 금 가격은 올해 들어 29% 급등했으며, 4월에는 미·중 간 전면적 무역 전쟁 여파 속에서 온스당 3,500달러라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커질 때 전통적 안전자산(safe-haven asset)으로 평가받는 금과 은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다.
산업 수요 전망과 관련해 HSBC는 “지난 4년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산업용 은 수요가 올해에는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감소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으며, 2026년에는 태양광(Photovoltaic)·전자 부문 등 핵심 산업의 회복세에 힘입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귀금속·은식기 수요는 고가격 부담으로 추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동전·은괴(바) 투자 수요는 이전의 강한 매수세와 높은 가격대 탓에 둔화되고 있다고 은행은 덧붙였다.
공급 측면에서는 은광(銀鑛) 생산이 완만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나, 수요 대비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HSBC의 공급·수요 모델에 따르면 2024년 1억 6,700만 온스였던 은공급 부족 규모는 2025년 2억 600만 온스로 확대될 전망이며, 2026년에는 1억 2,600만 온스로 다소 축소될 것으로 추산됐다.
HSBC 연구진은 “올해 달러화 약세는 은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부와 향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논의가 가격 변동성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 풀이*: 안전자산은 주식·채권 등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 투자자들이 가치 보존을 위해 선호하는 자산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금·스위스프랑·미 국채 등이 꼽힌다.
기자 해설: 금의 절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갱신한 만큼 은 가격 역시 역사적 고점 대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산업 수요 축소 가능성, 투자 수요 둔화, 그리고 채굴 생산량 증가라는 상반된 요인이 혼재해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달러화 방향성과 미·중 무역협상 경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