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보험사 선라이프 파이낸셜 미국 치과 부문 전망 수정
캐나다의 대형 생명보험사 선라이프 파이낸셜(Sun Life Financial Inc.)이 미국 치과 사업의 2025년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주가가 장중 한때 8.5%까지 급락했다. 이번 조정은 메디케이드(Medicaid) 재정 지원의 불확실성이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선라이프는 2022년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에 인수한 DentaQuest를 통해 미국 36개 주에서 메디케이드·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치과 혜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예산 협의 지연으로 급여 수준 재협상이 늦어지고,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2025년 치과 부문 기초순이익(Underlying Net Income)이 1억 달러 미만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선라이프 케빈 스트레인(Kevin Strain) 최고경영자는 인터뷰에서 “
주(州) 정부가 아직 비용 증가분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훼손됐다
”고 설명했다. 그는 또 “메디케이드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로 가입자들이 서둘러 치과 진료를 받는 경향이 생기면서 청구가 급증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메디케이드·메디케어 그리고 ‘One Big Beautiful Bill Act’란?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 의료보험이며,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65세 이상 고령자 및 특정 장애인을 위한 민간 보험 기반의 연방 의료 프로그램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 중인 ‘One Big Beautiful Bill Act’가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메디케이드 지출 축소와 세제 개편을 핵심으로 한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자격 요건 강화 및 예산 삭감으로 인해 메디케이드 등록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메디케이드 의존도가 높은 선라이프의 치과 사업 모델에 구조적 도전이 될 수 있다.
실적 및 시장 반응
선라이프는 2분기 주당 기초순이익을 1.79캐나다달러로 발표해 LSEG(구 리피니티브) 집계 컨센서스 1.78달러를 소폭 상회했다. 그러나 미국 사업(전체 기초이익의 약 20% 차지)은 4% 감소했고, 특히 치과 부문이 부진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매뉴라이프(Manulife Financial)도 미국 부문의 실적 둔화로 6.5% 하락세를 보였다.
내셔널뱅크(National Bank) 애널리스트 가브리엘 드쉔(Gabriel Dechaine)은 “미국 치과 부문의 역풍이 분기 실적을 넘어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치과 사업이 향후 선라이프 미국 부문 전체 이익의 최소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회사 목표가 현실적으로 과제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경영진의 대응책과 향후 전망
스트레인 CEO는 “현재의 청구 급증과 가격 책정 지연은 일시적이며, 앞으로 2~3년 내에 주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정상화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또 “미국 시장은 여전히 회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자본 효율이 높은 지역”이라며 장기적으로 연 12% 이상의 기초순이익 성장률을 재확인했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메디케이드 지출 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소규모 보험사·운영사가 먼저 도산 위험에 노출되고, 이후 대형사까지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선라이프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가격 재협상력 강화, 비용 효율 개선, 대체 수익원 발굴 등 다각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해석 및 시사점
기자 해설 — 메디케이드 의존도가 높은 보험 모델은 정책 리스크와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 미국 대선 주기에 따라 보건복지 지출 방향이 바뀌는 만큼, 장기 투자를 고려하는 국내 기관투자자라면 미 정치·재정 환경을 정밀 추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선라이프가 DentaQuest 인수를 통해 구축한 네트워크가 방어적 무기가 될지, 아니면 비용 부담 요인이 될지는 향후 12~24개월 간의 주정부 예산 편성 결과가 좌우할 전망이다.
※ 용어해설
• 기초순이익(Underlying Net Income): 일회성 요인을 제거해 경상적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
• 메디케이드 청구: 주(州) 정부 재원으로 지급되는 보험금으로, 청구가 늘면 보험사는 일정 기간 현금 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
선라이프의 주가 급락은 투자자에게 정책 리스크를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최근 캐나다 및 미국 금융주 전반이 고금리·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변동성을 키우고 있어, 관련 종목 보유자는 분산투자와 헤지 전략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