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설정한 마감 기한이 8월 8일(금) 만료된다. 글로벌 증시와 원유 시장은 백악관이 모스크바의 원유 거래 파트너들에게 최대 100%의 세컨더리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5년 8월 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크렘린의 태도에 갈수록 불만을 표시하며 ‘약 50일’이었던 최초 시한을 단축해 러시아에 더욱 압박을 가했다. 그는 러시아가 침공을 멈추지 않으면 “러시아와 거래하는 나라들도 똑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핵심 외교 과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제시했다. 취임 초기에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화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외교적 진전이 지연되자 곧바로 노선을 바꿔 크렘린에 경제·외교적 압박을 집중하고 있다.
휴전 타결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토(NATO) 가입 포기와 4개 우크라이나 점령지 영구 귀속이라는 최대주의적 요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전쟁 완전 종결과 우크라이나 재선거까지 주장하며 협상장에서 사실상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세컨더리 관세(Secondary Tariff)는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에도 동일하거나 유사한 관세·제재를 부과해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기존 일차 제재(primary sanction)를 우회하는 통로를 차단하는 ‘막판 카드’로 평가된다.
이번 주 초,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별대표는 ‘11시간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전격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서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자평하며 “모두가 이 전쟁이 끝나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7일(목)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은 급속히 식었다. 그는 기자단에게 “시한은 내일이다. 푸틴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라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이번 조치로 러시아산 원유·정유 제품의 희소한 수입국들은 막다른 선택에 직면한다. G7 회원국은 해상 수입을 이미 금지했으며, 비(非)G7 국가는 서방 해운·보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가격 상한제(Price Cap)’를 준수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세컨더리 관세를 발동하면, 저가 러시아산 원유를 포기하거나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택해야 하는 양자택일 상황이 전개된다.
가격 상한제는 러시아산 원유의 판매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여 러시아 정부의 전쟁 재원을 고갈시키려는 국제 공조 장치다. 이를 어길 경우 선박 보험·운송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
세계은행이 6월 발표한 전망에 따르면 제재로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2024년 4.3%에서 2025년 1.4%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수출이 사실상 유일한 성장 동력인 러시아로서는 추가 관세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8월 27일 인도를 대상으로 첫 세컨더리 관세—25% 추가 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의 ‘단골 고객’으로 꼽힌다.
1티나 포드햄 포드햄 글로벌 포사이트 대표는 CNBC ‘스쿼크박스 유럽’에서 “트럼프가 푸틴이 아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먼저 압박의 수위를 높인 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푸틴을 직접 겨냥하기를 꺼리는 반증으로, 미·중 관계라는 더 큰 전략적 틀 안에서 인도라는 중요한 동맹을 위험에 빠뜨릴 의향까지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제 원유 시장은 물론, 미·러·중·인도 간 지정학적 역학을 재편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세컨더리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변동성과 신흥국 외교 전략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