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기후위기] 세계 주요 보험사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머지않아 특정 지역이 ‘사실상 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구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8월 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계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Allianz)의 이사회 멤버 귄터 탈링거(Günther Thallinger)는 “지구 평균기온이 2.7~3.0℃ 상승 궤도에 올라선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모기지·투자 등 금융서비스의 보험 인수 자체가 불가능해질 위험”을 제기했다.
탈링거는 3월 말 자신의 링크드인 포스트에서
“전체 자산군(asset class)이 실시간으로 가치 하락하고 있으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가 파괴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보험이 ‘세계 경제의 보이지 않는 윤활유’로 통하는 만큼, 위험 관리 전문가인 보험사의 존립은 곧 투자·대출·거래 전반의 안전판을 의미한다.
■ ‘프로텍션 갭(Protection Gap)’ 문제
알리안츠에 따르면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의 약 3분의 2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이는 곧 재난 비용이 개인·기업·정부로 전가된다는 뜻이다. 탈링거는 CNBC 화상 인터뷰에서 “이 갭이 더 커지면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미보장 위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번 세기 말 지구 기온이 2.6~3.1℃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과학계는 ‘1.5℃ 한계’를 넘어설 경우 빙하 붕괴·해수면 급등 등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촉발될 위험이 커진다고 반복 경고해 왔다.
탈링거는 “암스테르담을 3m 해수면 상승에서 보호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적응(adaptation) 비용이 피해액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3℃ 세계에서는 그마저도 무의미해진다”고 말했다.
■ ‘알람밍블리크(Alarmingly Bleak)’ 전망
유럽 5위 보험사 취리히 보험그룹(Zurich Insurance Group)도 4월 연구보고서에서 “전망이 심각하게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을 예로 들며, 세계 최부국조차 기후위기에 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취리히 분석에 따르면, 1994~2023년 물가 조정 이후 연평균 보험손실 증가율은 5.9%로, 같은 기간 세계 GDP 성장률(2.7%)을 두 배 이상 상회했다. 보고서는 “손실이 지속 확대되면 보험료 상승→가입 축소→시장 기능 약화의 악순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CAT 본드 시장 75% 급팽창
CAT 본드(재난채권)는 허리케인·지진 등 대형재해 발생 시 보험사가 받을 손해를 자본시장에서 충당하기 위해 1990년대 도입된 금융상품이다. 스위스 재보험사 스위스리(Swiss Re)는 “2020년 말 이후 CAT 본드 시장 규모가 75%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링거는 “위험 증가 → 보험사 수익 증가”라는 전통적 공식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보험·재보험사 및 자본시장 모두 ‘손실 폭증’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는 수익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데이터 전문가의 시각
재난·보험 전문 데이터업체 Artemis.bm의 스티브 에번스(Steve Evans)는 CNBC 인터뷰에서 “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보호장치 강화를 병행하지 않으면, 보험료 급등 → 보험공백 확대라는 악순환이 가속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 ‘세계는 정말로 보험 불가 영역으로 향하나?’
이에 대해 독일 재보험사 뮌헨재(Munich Re)의 수석 기후과학자 토비아스 그림(Tobias Grimm)은 “‘전면적 보험 불가능’ 시나리오에 회의적”이라며, 보험 인수 의지는 가격에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뮌헨재는 1년 단위 단기 재보험 구조 덕분에 장기 인수 가능성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림은 “문제는 위험 지역 개발을 계속하는 토지 이용 관행”이라며, “캘리포니아 고급 주택가가 산불에 직격탄을 맞은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손실 예방(loss prevention)·토지 관리 계획으로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 용어 해설
프로텍션 갭(Protection Gap)은 ‘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한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피해가 커질수록 개인·정부 부담이 늘고, 사회·재정 안정성이 약화된다.
캐트스트로피 본드(Catastrophe Bond·CAT Bond)는 자연재해 발생 시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원금·이자를 포기하도록 설계된 고금리 채권이다. 보험사가 위험을 자본시장에 분산시키는 구조로, 투자자에게는 수익·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 기자 관전평
보험 업계 경고는 단순히 재무적 문제가 아니다. 기후 적응·완화 전략이 지연될수록, 삶의 터전·금융 시스템·공공재 전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의 비용 상승이 빠른 감축·적응 투자보다 낮은지, 정책·시장·개인의 결단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