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가격이 재고 축소, 산지 기상 악화, 생산 감소 전망 등의 복합 요인으로 방향성을 달리하며 거래를 마쳤다. 8월 7일(현지시간) ICE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2025년 9월 인도분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174달러(+2.05%) 오른 파운드당 8,667달러에 마감해 5주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달 ICE 런던 상품거래소의 9월물 코코아(CAU25)는 21파운드(-0.38%) 하락한 톤당 5,540파운드로 마감했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선물가격 상승은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코코아 재고가 2,283,787포대로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촉매가 됐다. 이는 1.75개월 만의 최저치다. 반면 런던 시장은 영국 파운드화(GBP/USD)가 1.5주 만의 고점을 기록하며 파운드 표시 상품인 런던 코코아 가격을 상대적으로 압박했다.
서아프리카 공급 차질과 품질 이슈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누적 선적 물량은 176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으나, 작년 12월 기록했던 35% 증가폭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는 현재 30년 평균을 밑도는 강수량과 고온 현상이 지속돼 10월 본격 개시되는 주수확기의 꼬투리 성장을 제약할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수확 중인 중간 작기(mid-crop) 품질도 도마에 올랐다. 현지 압착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 중 5~6%가 불량”이라고 호소한다. 주수확기(main-crop) 평균 불량률 1%와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라보뱅크는 “늦장마로 인한 열매 발육 부진이 중간 작기 품질 하락의 본원적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중간 작기는 아이보리코스트의 두 차례 연례 수확 중 작은 규모로, 통상 4월 시작한다. 올해 생산 전망치는 40만 톤으로 전년 44만 톤 대비 9% 감소가 예상된다.
나이지리아·가나 생산 전망 엇갈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는 자국 코코아협회 전망치에서 2025/25연도 생산량이 30만5,000톤으로 전년대비 11%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2024/25연도 추정치는 34만4,000톤이다. 나이지리아의 6월 수출은 1만4,597톤으로 0.9% 늘었다.
한편 가나 코코아위원회는 2025/26연도 생산량이 65만 톤으로 2024/25연도 60만 톤 대비 8.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해 시장 내 공급 우려를 다소 완화시켰다.
소비 위축 압박…초콜릿 업체 실적 부진
수요 측면에서는 부정적 신호가 이어진다. 스위스 초콜릿 제조사 린트&슈프륑글리는 상반기 매출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커 연간 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벨기에계 글로벌 가공사 바리칼리바우트도 3개월 새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3~5월 분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9.5% 급감해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국제코코아협회(ICCO)가 발표한 주요 지역 2분기 그라인딩(분쇄) 통계는 다음과 같다. 유럽은 7.2% 줄어 331,762톤, 아시아는 16.3% 감소해 176,644톤으로 8년 만의 최저치다. 북미 역시 2.8% 감소한 101,865톤을 기록했다. 그라인딩은 원두를 가공해 코코아버터‧코코아파우더로 만드는 1차 공정을 의미하며, 실질 수요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간주된다.
가격 변동성과 재고 지표
지난달 뉴욕 선물가격은 근월물 기준 8.5개월 최저치까지 하락했고, 런던 가격은 17개월 최저치를 찍었다. 그러나 재고 감소·생산 차질 우려 등이 맞물리며 가격이 반등세를 시현했다.
ICCO 최신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23/24연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은 49만4,000톤으로 수정되며 60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줄어 4,380만 톤으로 집계됐고, 재고 대비 그라인딩 비율은 46년 만의 최저 수준인 27.0%로 떨어졌다. 다만 2024/25연도에는 14만2,000톤의 공급 과잉이 예상되며, 생산량도 7.8% 증가한 4,84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파운드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런던 선물가격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환율 요인은 통화 표시 상품의 상대 가격을 변동시켜 실수요자의 매입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시장 참여자 유의 사항
코코아는 기후, 병충해, 물류, 통화, 소비패턴 등 복합적 변수를 내포한 원자재다. 특히 서아프리카에 집중된 생산구조상 단기간 기후 리스크가 가격에 크게 반영될 수 있다. 트레이더와 제조업체는 재고 수준, 환율 변동, 그라인딩 통계, 산지 정부의 농업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초콜릿·제과업체들의 가격전가 능력, 소비자 선호 변화, 건강·친환경 트렌드 등 수요부문 변수도 중장기 가격 결정에 핵심적이다.
자료: ICE, ICCO, ECMWF, 각국 농무부·코코아협회, 기업 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