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정부가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grants)·지원금에 대한 심사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8월 8일(현지시간) 서명했다.
2025년 8월 8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은 앞으로 모든 재량적(discretionary) 보조금 심사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정치 임명직(political appointees)이 직접 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기금 배분 과정에서 백악관의 정책 방향성이 더 강하게 반영될 전망이다.
행정명령 전문은 “재량적 보조금은 1)대통령의 정책 우선순위를 명시적으로 강화(demonstrably advance)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명시하며, 동시에 각 부처의 주제별 전문가(subject-matter experts)가 심사에 참여해 전문성을 보완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에게 돌아가 ‘정치적 판단’이 최종 관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 재정은 공공안전을 해치거나 반(反)미국적 가치(anti-American values)를 조장하는 어떠한 프로그램에도 사용돼서는 안 된다.”
— 행정명령 3조 4항 중
이번 명령은 특히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 불법 체류 이민자 지원, 트랜스젠더 관련 사업을 콕 집어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좌파적 이념이 연방 예산을 잠식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배경과 주요 쟁점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기후 변화 대응, 친환경 이니셔티브, DEI 프로그램, 친(親)팔레스타인 시위 등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현안에 대해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특히 미국 대학가에서 확산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는 “이스라엘의 우방이라는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인권·학계 단체들은 이러한 압박을 “표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한다. 그들은 “연방 자금의 정치적 무기화가 수십 년간 구축된 학술·연구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DEI란 무엇인가?
DEI(Diversity, Equity & Inclusion)는 인종·성별·성적 지향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 참여를 늘리고, 조직문화의 형평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정책을 뜻한다. 미국 기업과 대학은 이 개념을 채택해 장학금, 채용,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를 “능력주의를 훼손하고 역차별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전문가 분석
연방 기금을 주로 받는 연구기관·대학·주정부 입장에서는 행정명령의 영향이 예산 불확실성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 특히 재량적 보조금은 전체 연방지원금의 30% 내외(미 국세조사국 2024년 기준)로, 탐사 연구·지역 인프라·교육 지원에 폭넓게 쓰인다. 전문가들은 정무직 심사 단계가 추가되면 ①심사 기간 지연, ②정책 성향에 따른 지원 편중, ③행정 소송 증가 가능성을 지적한다.
예일대 로스쿨의 한 교수는 “대통령의 정책 철학이 바뀔 때마다 예산 흐름이 요동치면, 장기 연구 프로젝트가 좌초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측 고위 보좌관은 “우리는 세금 낭비를 막고 안전·국가 정체성 강화라는 목표에 맞춰 예산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행정명령 주요 조항 요약
① 모든 재량적 보조금 심사에 정치 임명직이 필참
② 필요 시 주제별 전문가 의견 병행 수렴
③ DEI·불법 이민자 지원·트랜스젠더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자금 사용 제한
④ 공공안전 저해·반미 가치 조장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금지
⑤ 90일 이내, 각 부처 장관은 시행 계획서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제출
향후 전망
법적 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민단체 ACLU는 “특정 집단을 겨냥한 예산 차별은 연방헌법 수정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반면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은 “이번 조치는 연방·주 재정 운용의 책임성을 높인다”고 환영했다.
향후 2026 회계연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의회와의 충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행정명령의 정치적 편향성을 심사하겠다”고 밝혔고, 공화당 우세 하원은 “대통령 권한 범위 내 조치”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결론
이번 행정명령은 재량적 보조금 심사 구조를 전례 없이 중앙집중화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노선과 맞지 않는 프로그램에 대해 사실상 ‘재정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정책 지속성과 학문·문화 다양성을 중시하는 그룹은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법정 다툼, 의회 청문회, 지방정부 대항 움직임 등 다층적 갈등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