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원당 10월물(#11)은 8일(현지시간) 0.08센트(0.50%) 상승한 파운드(lb)당 15.95센트로, 런던 ICE 백설탕 10월물(#5)도 2.10달러(0.45%) 오른 톤당 472.80달러로 마감했다. 최근 5주간 이어진 급락세 이후 나타난 숏커버링(short covering)이 가격 반등을 이끌었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레알화(BRL)가 미 달러 대비 4주래 최고치로 반등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과 유사하게, 레알화가 강세를 보이면 브라질 생산업체들의 수출 마진이 줄어들어 국제 시장에 쏟아지는 물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한다. 이에 따라 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누적된 숏(매도) 포지션을 일부 청산하며 가격을 받쳤다.
그러나 단기 반등과 별개로 기본 펀더멘털은 여전히 약세(베어리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6월 30일, 글로벌 트레이더 Czarnikow는 2025/26 시즌 세계 원당 공급이 7.5백만 톤(7.5 MMT) 초과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이는 8년 만에 가장 큰 흑자 규모다. 미국 농무부(USDA)가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에서도 2025/26 글로벌 생산량은 사상 최고치인 1억 8,931만 8,000톤으로, 전년 대비 4.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브라질·인도·태국, 3대 생산국의 상반된 시그널
브라질 생산 데이터는 단기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에 따르면 7월 상반월 기준 2025/26 시즌 누적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1,565만 5,000톤을 기록했다. 브라질 농업공사(Conab)는 앞서 2024/25 시즌 생산량을 4,411만 8,000톤(전년 -3.4%)으로 하향 집계하며 가뭄·폭염에 따른 사탕수수 수확량 저조를 이유로 들었다.
반면 인도는 풍부한 몬순(우기) 강수로 내년 대규모 수확이 기대된다. 인도 기상청(IMD)은 8월 4일 기준 누적 강수량이 500.8㎜로 정상 대비 4%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인도 사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협회(ISMA)는 2025/26 시즌 원당 200만 톤의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했다. 국가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NFCSF)도 2025/26 생산량을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으로 예상했다.
태국 역시 공급 확대 요인이다. 5월 2일 태국 사탕수수·설탕위원회(OCSB)는 2024/25 시즌 생산량이 14% 증가한 1,000만 톤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5/26 시즌에는 추가로 2% 늘어난 1,030만 톤에 이를 것으로 USDA 해외농업국(FAS)은 예측했다.
가격 급락이 불러온 수요 회복 신호
가격 하락이 소비 회복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은 호재로 꼽힌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량은 42만 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했다. 또한 코카콜라는 미국 내 제품에서 고과당 옥수수시럽 대신 사탕수수 설탕 사용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를 통해 미국 연간 설탕 소비가 1,100만 톤에서 1,150만 톤으로 4.4%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숏커버링이란 이전에 공매도(매도 포지션)를 취한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거나 이익을 확정하기 위해 다시 매수에 나서는 행위를 의미한다. 주요 선물 거래소에서 #11은 원당(원당/요구르트·커피 등에 들어가는 원료) 선물, #5는 백설탕(정제 설탕) 선물을 각각 지칭한다. MMT는 “Million Metric Tons(백만 미터톤)”의 약어다.
거시적 관점: 재고·소비·가격 사이의 힘겨루기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보고서에서 2024/25 글로벌 설탕 공급 부족을 547만 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9년 만의 최대 결손이다. 동시에 2023/24 시즌에는 131만 톤 흑자가 발생했음을 감안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한편 USDA는 2025/26 시즌 말 전 세계 재고가 4,118만 8,000톤(+7.5% YoY)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 증가와 재고 확충 시그널이 분명하지만, 최근 가격 급락이 촉발한 저가 매수와 소비 회복 속도가 변수”라고 런던 선물중개사 관계자는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적으로 15~17센트 구간에서 등락을 이어가다, 북반구 정제 시즌(4분기) 수요가 확인될 경우 강세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반대로 인도·태국 수출 물량이 가시화되고 브라질 기상 여건이 호전되면 14센트 초반까지 추가 하락 여지도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카고 소재 농산물 리서치사 A사의 애널리스트는 “작황 사이클·환율·에너지 가격이 향후 12개월간 설탕 시장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라며 “특히 브라질 정부가 에탄올 혼합 비율을 조정할 경우, 설탕용 사탕수수 배분이 달라져 단기적 수급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투자자 관점에서는 KODEX 원자재선물(H) 등 설탕 비중이 포함된 ETF 흐름, 그리고 달러 강세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원당 가격이 4년 만의 최저치 부근에서 반등을 시도하고 있어,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현·월 스프레드 거래나 옵션 커버드 콜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결론적으로, 공급 과잉 예고라는 중장기 약세 요인과 단기 공급 차질·수요 회복이라는 강세 요인이 병존하는 상황이다. 투자자라면 환율 동향, 주요 생산국 기상 조건, 소비국 수입 물량을 수시로 점검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