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터, 미국 베터스 ‘연승’ 끝나자 연간 실적 전망 상향

더블린·로이터발 — 세계 최대 온라인 베팅 기업인 플러터 엔터테인먼트(Flutter Entertainment)2025 회계연도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6개월간 이어졌던 미국 도박 이용자들의 ‘승리 행진’이 2분기 들어 북메이커(도박 운영사) 쪽으로 급격히 기울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플러터는 연간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이익) 전망치를 $33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로 상향했다. 이는 지난 5월 제시됐던 $31억 8,000만 달러 대비 약 1억 2,000만 달러 늘어난 수치이며, 전년 대비 40% 성장을 의미한다.

북메이커들은 일반적으로 고배당을 안기는 ‘언더독(약체)’이 승리할 때 수익이 늘고, 1강세팀(페이버릿)이 연달아 승리하면 손실을 본다.

지난 5월, 플러터는 예상을 뒤엎는 고객 친화적 경기 결과가 잇따르자 미국 부문 가이던스를 $1억 8,000만 달러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판세가 북메이커 쪽으로 돌아서면서 그 중 1억 달러를 회복했고, 그룹 전체 실적 전망도 동시에 끌어올렸다.

2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플러터는 4~6월 분기 조정 EBITDA가 $9억 1,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LSEG 스마트에스티메이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8인의 컨센서스 $8억 1,6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콘텐츠 및 플랫폼 양대 축인 미국 사업에서는 핵심 브랜드 팬듀얼(FanDuel)이 빛났다. 팬듀얼은 미국 스포츠베팅 시장 41%, i게이밍 시장 27%의 선두 점유율을 유지하며, 2분기 핵심 이익이 54% 급등한 $4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국제 부문 역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패디파워·벳페어·시살 등 브랜드를 포함하는 이 부문은 $5억 9,100만 달러의 이익을 거두어 전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이 중 이탈리아와 브라질에서 최근 인수한 업체들이 매출 증가분의 3분의 2 이상을 기여했다.


규제 동향·신규 시장 전략

플러터는 미국 이벤트 계약(event contracts) 시장의 규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벤트 계약은 정치·경제·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 특정 결과에 베팅해 예측이 맞으면 수익을 얻는 구조로, 2024년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무엇이든 먼저 진입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규제 방향이 정해지기도 전에 섣불리 뛰어들면 이해관계자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 피터 잭슨 플러터 CEO

잭슨 최고경영자는 로이터 통화에서 이렇게 밝히며, 규제 윤곽이 뚜렷해질 때까지 ‘신중 모드’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미국 라이벌 드래프트킹스가 “모니터링 단계”라며 이벤트 계약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는 입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플러터는 이미 영국 벳페어(Betfair) 플랫폼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거래소 방식 베팅 서비스를 운영 중이어서, 경험을 토대로 미국 시장에 진입할 잠재력이 크다.


용어 해설

1EBITDA는 기업의 본업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이자(Interest), 세금(Tax), 감가상각(Depreciation & Amortisation)을 제외한 이익 지표다. 투자자들은 EBITDA를 통해 실제 영업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한다.

이벤트 계약(Event Contracts)은 우리나라에는 생소하지만, 특정 사건 발생 여부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다우존스 지수가 연말까지 40,000포인트를 넘을 것인가’ 같은 질문에 계약을 사고팔며 수익을 노린다. 최근에는 정치·연예 영역까지 확대되며 새로운 투자·투기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시장·산업적 의미

플러터의 실적 발표는 스포츠베팅 산업이 여전히 결과 편차에 크게 좌우되는 비즈니스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2024~2025 시즌 초반 ‘페이버릿 몰아주기’ 상황은 북메이커들에게 손실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2분기부터는 확률이 본래 수준으로 복귀하면서 마진이 정상화됐다. 이는 향후 도박 운영사들이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더욱 공을 들일 필요성을 시사한다.

또한 플러터·드래프트킹스 등 주요 사업자가 이벤트 계약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해당 상품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류 금융시장에 편입될 경우, 스포츠베팅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순수 도박’에서 ‘정보 기반 예측시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플러터는 북미·유럽·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다각화 전략을 전개하며, 인수·합병(M&A)과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향후 규제 안정성, 팬덤 기반 확장, 핀테크 결합 등 복합 변수를 얼마나 선제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기업가치 상승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가이던스 상향은 플러터 주가의 향후 흐름에 긍정적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 시장 경쟁 심화, 규제 리스크, 매입 자산 통합 등 난제도 병존하므로 리스크–리턴 균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