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차세대 전기 픽업·밴 출시 2028년으로 연기… “소형·저가 모델 집중”

포드 모터(Ford Motor Co.)차세대 전기 픽업트럭과 밴의 양산 시점을 한 차례 더 늦추기로 했다. 이는 배터리 가격 하락 압박과 중국 업체발(發) 가격 경쟁 심화 속에서 ‘작고 저렴한 전기차’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의 일환이다.

2025년 8월 7일(현지시간), 로이터(Reuters)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포드는 테네시주 블루오벌시티(BlueOval City)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던 풀사이즈 전기 픽업의 출시 시점을 2027년에서 2028년으로 1년 연기했다.

이 차량은 현재 판매 중인 F-150 라이트닝(F-150 Lightning)의 ‘직접적인 후속 모델’로 알려져 시장의 관심이 컸다. F-150 라이트닝은 기존 내연기관 F-150을 기반으로 한 순수 전동화 모델로, F-시리즈는 미국 픽업 시장 판매 1위 차종이다. 그러나 포드는 “대형 전기차보다는 가격 접근성이 높은 소형 모델이 우선”이라는 기조를 확인하며 생산 계획을 조정했다.

전기 밴(차세대 E-트랜짓)도 일정이 밀렸다. 오하이오주 애이번레이크(Avon Lake) 공장에서 2026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던 이 모델 역시 2028년으로 2년 순연됐다. 이로써 포드의 차세대 상용 EV 라인업은 모두 ‘2028년 동시 출격’이라는 새 로드맵을 갖추게 됐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차량 크기를 줄이고 플랫폼을 단순화해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오토모티브 뉴스 인용)

이번 결정은 포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테슬라, 제너럴 모터스(GM) 등 북미 업체들도 최근 기존 대형·고가 모델 중심의 EV 전략을 재검토하며, ‘더 작고 더 싼 차’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업계에선 “본격적인 가격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품질·리콜 비용 부담도 변수다. 포드는 미 자동차 업계에서 리콜 건수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한 품질 비용이 매년 손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회사는 2025년 전기차·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최대 55억 달러(약 7조4,000억 원) 손실을 예상한 바 있다.


배경 설명: 블루오벌시티·E-트랜짓이란?

블루오벌시티는 포드가 테네시주 서부에 56억 달러를 투자해 짓고 있는 초대형 생산 단지다. 배터리셀 공장과 차량 조립라인, 재활용 설비까지 ‘원-사이트(One site)’로 구축한 ‘미래형 EV 허브’로,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E-트랜짓(E-Transit)은 포드의 대표 상용 밴 ‘트랜짓’의 전기 버전이다. 뛰어난 화물 적재 공간과 상용 전용 텔레매틱스(차량 관제) 솔루션을 무기로, 북미·유럽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왔다.


전문가 시각과 시장 파급 효과

① 비용 절감 vs. 기술 투자
포드가 대형 EV 프로젝트를 늦추면서 얻는 가장 즉각적인 효과는 현금 유동성 개선이다. 거대 배터리팩 개발·생산 설비에 투입할 자금을 단기적으로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마진 대형 픽업 시장’에서 전기 대체 수요가 발생할 경우, 제품 공백이라는 위험을 안게 된다.

② 중국 업체와의 정면 승부
중국 BYD, 상하이자동차(SAIC) 등은 플랫폼 통합과 소재 내재화를 통해 EV 평균 판매단가를 급격히 낮추고 있다. 포드가 ‘2028년형 차세대 픽업·밴’으로 맞불을 놓더라도, 같은 시점에 중국 브랜드가 더 혁신적인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③ 배터리 공급망 불확실성
리튬, 니켈 등 핵심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1년 혹은 2년의 일정 조정은 향후 원가 구조를 가늠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경쟁사가 일정 단축에 성공할 경우, 포드는 시장 선점 효과를 상실할 수 있다.

이처럼 일정 연기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나, 동시에 브랜드 충성 고객에게 ‘기다림의 피로’를 안길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포드가 2028년까지 소형·저가 EV 플랫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둘째, 조정된 일정 속에서도 블루오벌시티와 오하이오 공장이 계획대로 완공·가동될지가 관건이다. 셋째, 2025년 예상한 전기차 부문 손실(최대 55억 달러)을 감축하기 위해 추가 구조조정이나 배터리 기술 파트너십을 단행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는 “EV 시장이 초기 성장 단계에서 ‘볼륨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며 “출시 시점·가격·생산 효율의 삼각 축을 얼마나 정교하게 조정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