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이하 아폴로)가 순자산 가치(Net Asset Value, NAV)를 담보로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펀드2’에 제공해 온 대출 규모를 총 54억 달러(약 7조 1,000억 원)로 증액했다. 이번 거래는 글로벌 사모·대체투자 시장에서 NAV 파이낸스가 지닌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5년 8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을 본거지로 둔 대체자산 운용사 아폴로는 기존 대출에 9억 달러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이로써 2021년 말 제공된 초기 대출은 올해 초 한차례 재조정(리파이낸싱)을 거친 데 이어 다시 한 번 증액됐다. 거래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은 “이번 대출은 포트폴리오 전체 가치의 ‘10%대 초반’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비전펀드2가 보유한 150개 이상의 자산이 담보로 묶여 있다”고 밝혔다.
왜 NAV 대출이 주목받는가?
NAV 파이낸스는 펀드가 보유한 지분·자산 전체의 순가치를 근거로 대출을 실행하는 구조다. 종전까지는 개별 포트폴리오 기업이나 특정 실물자산을 담보로 잡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펀드 자체의 자산 풀(pool)을 통합해 차입 레버리지를 높이는 방식이 각광받고 있다.
“여러 기업에 분산 투자된 펀드의 NAV를 기반으로 하면 담보 위험이 낮아지고, 운용사는 유동성을 한층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다”
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사례는 역대 NAV 기반 대출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아폴로가 같은 구조로 자금을 집행한 전례는 다수 있으나, 50억 달러를 웃돈 것은 처음이다. 지난 3년간 글로벌 금리 상승과 유동성 경색이 겹치면서 프라이빗에쿼티(PEF)·벤처캐피털(VC)·사모신용펀드(Private Credit) 등 대체투자 업계는 펀드 만기 연장·추가 자금 확충 수단으로 NAV 대출을 적극 활용 중이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의 현주소
비전펀드2는 2019년 조성 당시 약 560억 달러 규모를 목표로 했으나, 투자 손실과 회수 지연으로 인해 잇단 손실을 기록해 왔다. 특히 2022년 거시경제 충격 이후, 기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급락하면서 펀드 내부수익률(IRR)이 흔들렸다. 소프트뱅크 그룹은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하다”고 강조하지만, 대규모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폴로의 NAV 파이낸스는 구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파급 효과와 향후 전망
NAV 대출은 전통 은행 대신 사모신용펀드(Private Credit Fund)·대체자산 운용사가 전면에 나선다. 은행 규제 강화로 대규모 기업·펀드 대출에 제동이 걸린 사이, 기관투자자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사모신용은 높은 금리와 맞춤형 조건을 제시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아폴로는 대출금리(쿠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저(低)10%대 초반”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는 하이일드(고수익) 채권 및 메자닌 파이낸스보다 다소 높지만, 담보 구조가 견고해 투자자의 위험 대비 수익 매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진단
글로벌 컨설팅사 프레킨(Preqin)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8년까지 NAV 파이낸스 시장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형 PE 운용사와 성장지향 VC가 투자 자산 회수가 늦춰질 때 유동성 브리지(bridge)로 NAV 대출을 선호함에 따라, 아폴로·블랙스톤·KKR 등 메가 GP(General Partner)들이 선도적 지위를 점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향후 12개월 내 일부 포트폴리오 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대출금을 상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성공적인 엑시트(exit) 사례가 이어질 경우, NAV 대출에 대한 시장 신뢰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IPO·M&A 시장의 회복이 지연될 경우, 대출 연장 또는 추가 차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NAV(Net Asset Value): 펀드가 보유한 모든 자산의 시가총액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가치를 의미한다.
- Private Credit: 비(非)은행권이 대출을 직접 집행하는 사모 신용 시장을 말한다.
- 리파이낸싱(Refinancing): 기존 차입금을 새로운 조건의 차입으로 갈아타는 행위를 뜻한다.
이번 아폴로·소프트뱅크 거래는 금리 변동성, IPO 시장 둔화, 자금 회수 지연 등 복합적인 변수 속에서 사모시장 유동성 관리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체투자 업계에서 NAV 파이낸스는 단순한 부채 조달 수단을 넘어, 운용사와 LP(출자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핵심 툴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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