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중국 CATL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입… 저가 LFP 전기차 전략에 ‘숨 고르기’

제너럴모터스(GM)가 자사 전기차 생산을 위해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닝더스다이)로부터 배터리 팩을 직접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자사 공장에서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기 전까지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방편으로 해석된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향후 2~3년간 GM이 북미 시장에서 선보일 차세대 쉐보레 볼트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전기차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다. GM은 성명을 통해 “

며칠·몇 년 동안 여러 미국 완성차 업체가 LFP 배터리 확보를 위해 해외 공급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왔다. 당사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사한 공급망을 활용해 가장 저렴한 전기차 모델에 배터리를 장착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GM은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을 탑재한 전기차를 12개 차종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부터는 LFP 배터리 자체 생산 체계를 미국 현지에서 구축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새로운 생산 라인이 완공될 때까지는 중국산 배터리에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LFP 배터리란?

LFP(리튬·철·인산) 배터리는 망간·니켈·코발트를 사용하는 NCM(삼원계) 대비 원재료 가격이 저렴하고 열폭주 위험이 낮다. 다만 단위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다소 짧지만, 저가 보급형 전기차에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로 평가된다.

🌐 글로벌 배터리·부품 공급망 재편

자동차 업계는 중국 전기차(EV) 업체의 급부상과 미·중 무역 갈등이 겹치며 공급망 전략을 재조정 중이다. 특히 ‘희토류(rare earth materials)’와 같은 핵심 원소에 대한 관세·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산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관세 정책은 자국 내 고용과 제조 기반 회복을 목표로 했지만, 완성차 기업들은 고비용 구조를 피하기 위해 여전히 부품과 완성차를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GM의 배터리 공급 파트너인 CATL은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로, 2024년 기준 글로벌 시장점유율 약 37%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를 기록했다. 이번 계약과 관련해 CATL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Ford의 유사 전략

GM의 ‘맞은편’ 경쟁사 포드(Ford) 역시 비용 절감을 위해 CATL의 LFP 기술 라이선스를 도입해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중국 회사와의 연계’ 문제로 미국 국내 정치권과 규제 당국의 검증을 받고 있지만, 포드 측은 “재무부가 최근 개정한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6년 양산 일정은 “계획대로”라고 강조했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사전 보도

GM의 배터리 수입 방안은 이번 로이터 단독 보도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최초로 관련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WSJ는 “GM이 중국 LFP 기술을 전격 도입해 차세대 볼트의 판매가를 30,000달러 안팎으로 낮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 희토류 vs 관세: 업계의 ‘딜레마’

전기차 모터·인버터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는 중국이 글로벌 생산량의 약 7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은 전략 물자 성격상을 자국 산·우방국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지만, 단기간 내 가격·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다수 완성차 업체는 “국내 생산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 “가격 경쟁력 유지”라는 시장 논리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적 제약에 직면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의 밧지 조교수는 “

LFP 배터리는 저비용 솔루션이지만, 현 시점에서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규제·세제 측면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GM이 2027년 현지 생산을 목표로 한 것은 장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비한 조치

”라고 진단했다.

본지 취재 결과, 미국 에너지부(DOE)가 추진 중인 ‘배터리 제조 세액공제(45X)’는 2026년 이후 중국산 핵심광물이 50% 이상 포함된 배터리에는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GM·포드 등 완성차 업체는 향후 현지화 속도를 더욱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용어 해설

  • LFP(Lithium Iron Phosphate): 리튬·인철·인산염 기반 양극재를 사용한 배터리. 가격이 저렴하고 열안정성이 높으나, 에너지 밀도는 NCM 계열 대비 낮다.
  • 희토류(Rare Earth Materials):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17개 원소의 통칭. 전기차 모터, 풍력발전, 반도체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 배터리 세액공제(45X):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포함된 미국 정부의 친환경 설비 투자 세제혜택 조항.

결론 및 전망

GM의 이번 CATL 배터리 수입 결정은 단기적으로 가격 경쟁력 확보와 생산 안정성이라는 즉각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전환을 통한 세액공제·관세 절감이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배터리 기술 주도권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헤지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