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발 ─ GPT-5 출격
오픈AI(OpenAI)가 자사의 최신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GPT-5를 8일(현지시간) 공식 공개했다. ChatGPT로 촉발된 생성형 AI(Generative AI) 열풍을 이어갈 차세대 엔진이 베일을 벗은 셈이다. GPT 시리즈는 전 세계 7억 명에 달하는 ChatGPT 사용자에게 즉시 제공되며, 기업용 솔루션까지 동시에 강화해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린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통신 및 인베스팅닷컴 공동 보도에 따르면, GPT-5는 소프트웨어 개발·금융·의료·문서 작성 등 전문 영역에서 ‘박사급’ 응답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모델은 진정으로 전문가에게 질문하는 것처럼 느껴질 첫 주류(mainline)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AI 투자 지형과 수익성 시험대
GPT-5 출시는 AI 업계에 분수령이 되는 시점에 맞물린다. 알파벳·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빅4’ 테크기업은 올 회계연도에만 총 4,000억 달러에 가까운 자본적 지출(CapEx)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고성능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GPU·전력·냉각 설비 투자금으로, 향후 대규모 수익 창출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오픈AI 내부 사정도 다르지 않다. 회사는 직원 보유 주식을 5,000억 달러 밸류에이션 기준으로 현금화하는 ‘세컨더리(Secondary) 거래’를 타진 중이다. 이는 현재 3,000억 달러 평가액에서 2/3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최상위 AI 연구원이 1억 달러 규모의 사이닝 보너스를 제안받는 시대”라는 전언이 나온다.
GPT-4 → GPT-5, 체감 혁신폭은?
“초창기 GPT-3.5의 변호사시험(BAR) 하위 10% → GPT-4 상위 10% 도약과 같은 점프는 아니다.” – 사전 리뷰어
일부 초기 테스터들은 GPT-5가 과학·수학·코딩 능력에서 분명 개선됐지만, GPT-4 대비 ‘혁명적’ 점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즉석 소프트웨어 생성(Software on Demand) 기능, 복잡한 추론 구조 등은 기업 고객에게 실질적 가치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데이터 한계와 ‘테스트 타임 컴퓨트’
GPT-4 이후 오픈AI는 ‘스케일 업(Scale-up)’ 전략의 물리적 한계에 직면했다. 인터넷 전체를 긁어모은 학습 데이터가 포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일리야 서츠케버(Ilya Sutskever) 전 최고과학책임자는 “연산능력(Compute)은 늘어나도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테스트 타임 컴퓨트(Test-time Compute)다. 이는 질의가 특히 난해할 때 추론 단계에서 더 많은 연산 자원과 시간을 투입해 ‘생각’을 길게 하는 방식이다. GPT-5는 질문 난도에 따라 연산량을 동적으로 조절하는 라우터(Router) 기능을 갖췄다. 일반 사용자가 이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 용어 해설
테스트 타임 컴퓨트란 모델 학습(Training) 이후,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Inference) 단계에서 일종의 ‘심사숙고 모드’를 작동시키는 기법이다. 더 많은 GPU 메모리와 시간을 배정해, 수학 방정식 풀이·의료 영상 해석처럼 고난도 문제 해결력을 끌어올린다.
소비자 vs. 기업 지갑
경제 칼럼니스트 노아 스미스(Noah Smith)는 “소비자는 ChatGPT 사용에 열광하지만, AI 데이터센터 투자비를 상쇄할 만큼의 지출은 어렵다”고 진단했다. 결국 B2B(기업) 시장에서 솔루션 판매·API 사용료로 실질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올트먼 CEO도 “AI 인프라를 전 세계 모든 시장에 현지화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투자 규모조차 ‘불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전망
업계에서는 GPT-5가 대규모 코드 자동화, 헬스케어 상담, 맞춤형 금융 분석 등 업무 현장에 직접 투입되며, 생산성 향상의 직접 지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대량 연산에 따른 전력 소비·탄소 배출 증가, AI 규제안 확정 등 새로운 과제가 동시에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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