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발 – 스카이댄스 미디어와의 합병을 마무리한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엘리슨이 회사의 미래 비전을 담은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그는 “할리우드의 창의적 심장과 실리콘밸리의 혁신 정신을 결합한 기술 주도형 미디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엘리슨 CEO는 ‘100년 역사의 스튜디오’ 파라마운트를 성장 사업 중심·글로벌 스트리밍 확대·조직 효율화 3대 축으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대적 전환기에 놓인 업계… 불확실성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시작한 서한에서 그는 합병 협상 장기화로 인한 구성원의 피로감을 언급하면서도, 앞으로는 확신과 낙관을 바탕으로 회사를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We will work with conviction and optimism to transform Paramount into a tech-forward company that blends the creative heart of Hollywood with the innovative spirit of Silicon Valley. — David Ellison
8.4억 달러 규모의 합병은 1년 넘게 진행된 심사·주주 협의를 종결하며 성사됐다. 이로써 뉴 파라마운트(가칭)는 시가총액 기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가운데 독보적인 ‘콘텐츠·기술 융합형’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조직 재설계 – 세 개의 사업부로 슬림화
▸ Studios ▸ Direct-to-Consumer ▸ TV Media의 3단 구조로 재편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다. 또 단일 기술 플랫폼으로 전환해 20억 달러 비용 절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구체적으로는 인력·부동산·조달(procurement) 부문의 중복을 제거하고, 가상 제작 스테이지·AI 자막·광고 기술(ad-tech) 스택을 통해 제작 및 유통 전 과정에 기술을 접목한다.
콘텐츠·스트리밍 투자 강화
엘리슨은 “고품질 독점 콘텐츠가 구독자 확대의 핵심 동력”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스포츠 중계권을 구독자 유지의 실질적 ‘앵커’로 보고 투자를 확대한다.
또한 유료 Paramount+와 무료 광고 기반 PlutoTV를 동일 플랫폼으로 통합해 비용을 아끼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
CBS 뉴스 ‘저널리즘 가치’ 재확인
엘리슨은 서한에서 “CBS 뉴스 기자들의 흔들림 없는 헌신에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옴부즈맨’을 두어 편집 공정성을 점검하겠다는 약속도 재차 확인했다.
※ 용어 설명
옴부즈맨은 언론사 내부 또는 외부에서 편집권 독립·공정성을 감시하는 중재자를 뜻한다. ‘프로프라이어터리(proprietary) 애드테크 스택’은 자사 독점 광고기술 묶음으로, 디지털·선형 TV 양쪽에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다.
규제 관문과 정치적 논란
합병 승인 과정에서 연방통신위원회(FCC)는 CBS 뉴스 관리·편집에 대한 ‘사전 통제’ 논란으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당 소속 안나 고메스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겁한 굴복”이라며 반대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FCC 다수는 ‘뉴스 편집권 간섭’ 우려를 불식할 장치로 옴부즈맨 제도·편향 시정 절차를 조건부 수용해 거래를 승인했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과제
미디어 컨설턴트들은 파라마운트가 디즈니·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와 차별화하려면 기술에 기반한 글로벌 유통 네트워크를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회사가 공언한 20억 달러 절감이 실행될 경우, 낮은 부채비율과 증강된 현금흐름은 추가 IP 인수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다만 “기술 도입이 창의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엘리슨의 언급처럼, AI·가상화 기술이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순기능에 머무를지, 제작 생태계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지는 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재편의 바로미터이자, 콘텐츠·플랫폼 경쟁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