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형 은행들 “소비자 재정 건전성 유지”…관세 여파엔 경계

【뉴욕】 미국 주요 은행들이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가계 재정 상태가 여전히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JPMorgan 체이스·씨티그룹·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 경영진은 관세로 인한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견조했다고 강조했으나, 향후 관세 부담이 본격화될 경우 소비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2분기 순익이 월가 전망치를 웃돌았으며, 주된 배경으로 딜 메이킹(기업 인수·합병 및 자금 조달) 회복과 견고한 개인 소비를 꼽았다. 다만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관세가 실제 지출에 끼치는 영향은 하반기에 더 뚜렷해질 수 있다”며 보수적 시각을 유지했다.

■ JPMorgan 체이스
JPMorgan CFO 제러미 바넘은 애널리스트 콜에서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괜찮다”고 진단했다. JPMorgan은 2분기 신용손실충당금(잠재 부실 대비 적립 자금)으로 28억 5,000만 달러를 쌓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5% 감소한 수치다. 바넘 CFO는 “고용 시장이 타이트하고 임금 상승세가 유지되는 한 소비 파워는 급격히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웰스파고
웰스파고 CEO 찰리 샤프는 “실업률이 낮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한적이어서 소비자·기업 모두 건전성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자동차 대출과 신용카드 부문에서 예상보다 높은 상환이 이뤄지자 차지오프(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대출액 상각) 규모를 축소했다. 동시에 잠재 손실 대비 충당금도 줄였다.

■ 씨티그룹
씨티그룹 CFO 마크 메이슨은 기자 간담회에서 “소비자 건전성은 여전히 매우 강하다”면서도 “관세 효과가 본격화되는 하반기에는 카드 결제 성장세가 일정 부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는 2분기 신용 비용이 29억 달러로 늘어났는데, 대부분이 미국 신용카드 부문 순신용손실 확대에 기인했다.

“우리는 하반기에 소비가 추가로 식을 것으로 예상한다.”— 마크 메이슨 씨티그룹 CFO


물가 지표가 던진 시사점
미 노동부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올라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일치하지만, 일부 수입품 가격이 관세 영향으로 뚜렷이 올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키웠다.

은행 경영진은 CPI 흐름이 신용 리스크 관리에 직접적인 함의를 지닌다고 설명한다.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 소득이 줄어 소비 여력이 약화되고, 이는 연체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해 2분기에도 충당금을 일정 수준 유지했으나, 현재로선 대규모 부실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용어 해설
신용손실충당금(Allowance for Credit Losses)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대출 부실을 대비해 금융회사가 미리 비용 처리하는 회계 계정이다. 차지오프(Charge-off)는 연체가 장기화돼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채권을 대손상각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회계상 손실 확정이지만, 실제 현금 유출은 수반되지 않는다.

관세가 소비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주로 중국·유럽산 공산품과 일부 생활 필수품을 겨냥한다. 관세가 부가되면 최종 재화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곧 신용카드 지출 축소 혹은 저소득층 실질 구매력 위축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이연(遲延) 효과가 3분기 이후 대손률 지표에 반영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증권가 평가와 향후 변수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실적은 ‘연착륙 시나리오’에 힘을 실어주지만, 물가·관세·소매 판매 지표가 동반 악화될 경우 금융주의 프리미엄은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경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달러 강세 등도 은행 실적의 외생 변수로 꼽힌다.

결국 은행권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현 시점에서 소비 재정은 탄탄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요지로 귀결된다. 하반기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면 대출 포트폴리오 전반에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충당금 정책과 자본비율 관리에 있어 보수적 전략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 종합
JPMorgan·씨티그룹·웰스파고는 관세·물가 불확실성 속에서도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리며 “건전한 소비”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경영진은 한목소리로 “하반기에는 관세 부담이 실질 소비를 제약할 수 있다”며 리스크 요인을 강조했다. 물가 지표 이상 징후가 현실화될 경우, 신용비용 확대와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대출 심사 강화,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보수적 조치를 병행하면서 ‘소비 둔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