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공급 불확실성 속 국제유가 상승세 확대

국제 유가 동향

국제유가가 다시 한 번 강세로 돌아섰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est Texas Intermediate, 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01% 오른 배럴당 66센트, 9월물 RBOB 가솔린 가격은 1.69% 상승한 갤런당 0.0353달러에 거래됐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가 1주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점이 유가 반등의 직접적 촉매로 작용했다. 통상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의 상대 가격 매력이 높아져 투자 자금 유입이 늘어난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이 답보 상태에 머물며 공급 차질 우려가 재점화됐고,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또 다른 상승 재료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아랍 라이트(Arab Light)’ 원유 공식 판매가격(OSP) 인상이다. 아람코는 아시아 고객사를 대상으로 9월 선적분 가격을 배럴당 1달러 올리기로 결정했는데, 시장 예상치였던 90센트 인상을 웃돌았다. 주요 수입국인 한국·중국·일본 등의 정유사들은 원가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최종 소비자 가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간 재고 및 공급 지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주간 원유 재고 통계는 ‘강세 신호’로 해석됐다. 8월 1일 기준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03만 배럴 감소했는데, 시장 컨센서스였던 -260만 배럴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재고도 -130만 배럴, 중간유(디젤 등) 재고는 예상을 깨고 -56만5,000배럴 감소해 공급 타이트닝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원유 선물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주 쿠싱(Cushing) 허브 재고는 +45만3,000배럴 늘어나 약세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미국 재고는 여전히 5년 평균 대비 원유 -6.5%, 휘발유 -0.3%, 중간유 -16.1% 아래에 머물고 있어 전반적인 공급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았다.

생산 측면에서는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328만4,000배럴로 전주 대비 0.2% 감소했다. 사상 최고치(2024년 12월 첫째 주 1,363만1,000배럴)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여전히 고점 근처다. 다만 베이커휴스(Baker Hughes)가 집계한 주간 원유 시추설비(리그) 수는 410기로 3년 9개월 내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2년 12월의 627기 대비 가파른 감소세가 지속되며, 중·장기 공급 확장 여력에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정책·지정학 뉴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휴전을 압박하기 위해 “금요일까지 결과가 없으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에 고율 관세(Triple-Digit Tariff)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이러한 3자 제재(세컨더리 제재)가 실제 시행될 경우 “OPEC의 잔여 가동여력으로는 러시아 물량 공백을 메우기 어려워 공급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10개국으로 구성된 OPEC+는 9월 1일부터 일일 생산량을 추가로 54만7,000배럴 늘리기로 승인했다. 이는 팬데믹 초기 감산분을 2026년 9월까지 단계적으로 회복하겠다는 기존 로드맵의 일환으로, OPEC+가 아직 가동하지 않는 물량은 166만 배럴 수준으로 추정된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산 석유에 대한 제9차 제재안을 채택했다. 이번 제재에는 러시아 은행 20곳의 SWIFT 퇴출, “그림자 선대”(shadow fleet)로 불리는 제재 회피 선박 105척 블랙리스트 등 조치가 포함됐다. 인도 최대 규모 정유시설 중 하나이자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Rosneft)가 지분을 보유한 공장도 제재 명단에 오르면서, 우회 수출로 알려진 ‘인디아 루트’ 또한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 해설 및 추가 용어 설명

RBOB 가솔린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환경 규제에 맞춰 산소화합물을 섞기 전에 거래되는 휘발유 기초 유종이다. 미국에서는 여름철 배합 기준이 까다로워 RBOB 선물 가격이 계절성에 큰 영향을 받는다.

달러 인덱스(DXY)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평균한 지수로, 원유·금과 같은 달러 표시 자산 가격에 반비례 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원유 시장에서는 달러 인덱스 변동이 수급 외적 변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세컨더리 제재란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기업에도 동일한 제재를 부과하는 조치다. 원유 거래 특성상 다수의 중개·선박·보험사가 개입하므로, 세컨더리 제재는 실질적으로 전 세계 공급망을 흔드는 효과를 낸다.


전문가 시각

“달러 약세, 지정학 리스크, 그리고 재고 감소가 맞물리면서 유가가 단기적으로 배럴당 90달러를 향해 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9월 이후 OPEC+ 증산분이 시장에 본격 유입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심화될 경우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형 증권사 원자재 애널리스트)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4분기 세계 원유 수급이 1.5% 공급 초과로 전환될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도 주목하고 있다. 공급 부족에서 공급 과잉으로의 전환 시점이 한 달만 앞당겨져도 가격 변동성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고 흐름과 정책 리스크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일정 및 체크포인트

① 8월 9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단기 에너지전망(STEO) 보고서
② 8월 22일~23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준 위원들의 물가·성장 전망
③ 9월 1일 OPEC+ 증산분 발효 여부
④ 9월 초 미국 노동절 연휴 수요 피크치 확인

위 일정에 따라 달러 인덱스, 정제 마진, 수입국 재고 변동 등이 맞물려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