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통화 가치 변동이라는 상반된 재료에 직면하며 혼조세를 나타냈다. 6일(현지시간) 뉴욕 ICE 9월물 코코아(CCU25)는 전일 대비 87달러(+1.04%) 오른 반면, 런던 ICE 9월물 코코아(CAU25)는 20파운드(−0.36%) 하락했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지수(DXY00)가 1주일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달러 표시 코코아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았다. 반면 영국 파운드화(^GBPUSD)가 1주일래 최고치로 상승하자 파운드화로 가격이 책정되는 런던 코코아는 오름폭이 제한돼 약세로 전환됐다.
투자정보 플랫폼 바차트(Barchart)는 “환율 움직임이 원자재 가격 변동의 즉각적인 트리거가 됐다”고 분석했다. 코코아 선물은 달러와 파운드화라는 두 가지 통화 단위로 거래되는데, 각각의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해당 통화로 표시되는 선물 가격이 상대적으로 부담을 받아 약세로 이어지는 구조다.
공급 측 요인: 아이보리코스트·나이지리아·가나
공급 측면에서는 서아프리카의 최대 생산국인 아이보리코스트의 수출 둔화가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8월 3일까지 2024/25 마케팅연도(10월 1일~) 누적 선적량은 176만t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됐다.
기상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에 따르면, 올 시즌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의 강수량이 30년 평균 이하를 기록하고 있으며,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10월 시작되는 주 수확기(main crop)의 꼬투리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간 수확기(mid-crop) 품질 문제도 부각된다. 9월까지 진행되는 아이보리코스트 중간 수확분 가운데 5~6%가 불량으로 분류돼 트럭 단위로 반송되고 있다는 현지 가공업체들의 보고가 나왔다. 주요 농산물 분석기관 라보뱅크(Rabobank)는 “늦게 시작된 우기로 생육이 제한돼 품질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올해 중간 수확량은 40만t으로 추정되며, 지난해(44만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생산 전망도 부정적이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5,000t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가나 코코아위원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8.3% 증가한 65만t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7월 1일 밝혀, 공급 불균형 완화를 시사했다.
수요 측 요인: 초콜릿 업체 실적 부진·그라인딩 감소
수요 측에서는 초콜릿 수요 둔화가 여전히 부담이다. 스위스 초콜릿 제조업체 린트 & 슈프렝글리(Lindt & Spruengli)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수익성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벌크 초콜릿 공급사 배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도 고가의 원료 부담을 이유로 올 들어 두 차례 판매량 전망을 하향했고,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감소해 1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제 코코아 수요의 선행 지표로 평가되는 분쇄(그라인딩) 실적도 부진하다. 7월 17일 발표된 유럽 코코아협회(ECA) 2분기 그라인딩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33만1,762t으로, 시장 예상치(−5%)를 밑돌았다. 아시아 코코아협회도 2분기 분쇄량이 17만6,644t으로 16.3% 줄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북미 지역 역시 2분기 10만1,865t으로 2.8% 감소했다.
가격 추세와 재고 상황
이 같은 수요 부진 탓에 지난달 뉴욕 선물 가격은 8.5개월래, 런던 선물 가격은 17개월래 최근월물 최저치를 기록했다. ICE가 관리하는 미국 항만 재고도 7월 22일 기준 236만8,141포대로 10.75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다만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전 세계 공급 부족(디피시트) 규모를 기존 44만1,000t에서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만t이라고 밝혔다. 반면 2024/25년도에는 7.8% 증가한 484만t으로 회복돼 14만2,000t의 잉여(surplus)가 발생, 4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 용어 풀이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원두를 분쇄해 코코아 매스·버터·파우더 등 반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수요 측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미드크롭(mid-crop)은 4~9월 사이 이루어지는 소규모 수확기로, 주 수확기(main crop)보다 생산량이 적지만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본 기사에 언급된 모든 수치와 전망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