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공급 불확실성에 국제유가 상승

뉴욕 선물시장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1% 이상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9월물 휘발유(RBOB) 가격도 1.69% 오르며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DXY)가 1주일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 원유·정제제품 가격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미국 특사 윗코프가 빈손으로 귀국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휴전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러시아 에너지 수입국에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 아람코가 9월 인도분 아랍라이트(Arab Light) 공식판매가격(OSP)을 아시아 고객 기준 배럴당 1달러 인상한다고 발표한 점도 유가를 지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0.90달러 인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 주간 재고 지표 호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주간 원유 재고가 303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기관이 집계한 260만 배럴 감소 예상치를 상회하는 수치다.

휘발유 재고는 130만 배럴 줄어들어 예상치(100만 배럴 감소)보다 낙폭이 컸고, 난방유·경유 등 디스틸레이트 재고도 예상과 달리 56만 5,000배럴 감소했다. 다만 WTI 선물 인도지점인 쿠싱(Cushing) 재고가 45만 3,000배럴 늘어난 부분은 일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EI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6.5% 낮은 수준이다. 휘발유 재고는 0.3% 하회,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6.1%나 부족한 상태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1,328만 4,000배럴로 전주 대비 0.2% 감소했으며, 지난해 12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 1,000배럴)보다 소폭 낮다.

■ 트럼프의 관세 경고와 공급 쇼크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 현실화될 경우 원유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JP모건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매겨질 경우, 러시아가 차지하는 수출 비중과 OPEC의 제한된 잉여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공급 쇼크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편, OPEC+는 지난 일요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일일 54만 7,000배럴 증산을 승인하며 2년간 실행했던 감산을 단계적으로 철회하기로 했다. 동맹국들은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을 점진적으로 회복할 예정이다. 다만 수요 추이를 보아가며 증산 폭을 조정하거나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상업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다며, 2025년 4분기에는 전 세계 수요 대비 1.5% 규모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만 배럴 줄어든 하루 2,831만 배럴로 집계됐다.

■ 유럽연합의 추가 대러 제재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 석유에 대한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이번 조치에는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한 제품까지 제한하는 규정과 함께,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Rosneft)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정유공장의 블랙리스트 지정, 러시아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소속 선박 105척 추가 제재가 포함됐다. 이로써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