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 지연으로 EU산 자동차 관세 인하 ‘수일’ 더 미뤄져

[브뤼셀=로이터] 유럽연합(EU)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인하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때까지 몇 일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이 6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법적 구속력을 가진 행정명령이 발표되기 전까지 관세율은 현행 27.5%가 유지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스코틀랜드 회동에서 합의한 15%로의 인하가 당장 이행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독일산 BMW, 메르세데스-벤츠, 스웨덴산 볼보 등 유럽 브랜드 차량을 구입할 때 당분간 27.5%의 고관세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 관세가 실제로 15%로 낮아지려면 행정명령공식 발효돼야 하며, 그 이전에는 어떠한 예외도 적용되지 않는다.


백악관 측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7월 31일 EU 제품에 대한 기본 관세율을 15%로 설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여기에는 Section 232 조사가 진행 중인 자동차·의약품·반도체·주류·철강·알루미늄이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기본 관세율은 8월 7일 0시 1분(동부표준시)부터 발효되며, 10월 5일까지는 운송 중이거나 이미 미국 내 보관 중인 화물에 한해 한시적 면제가 적용된다.

EU-미국 간 ‘프레임워크 무역협정’은 백악관 행정명령과 뒤따를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공동성명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행될 예정이다. EU 고위 관계자는 5일 “문서 작업이 상당히 진전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측 당국자는 “협정에 따라 EU산 의약품과 반도체에는 15% 관세가 자동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EU 측은 “15%는 상한선일 뿐, Section 232 조사 결과에 따라 더 낮은 관세율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밖에 관세를 제로(0) 또는 대폭 인하제품 목록을 최종 조율 중이다. EU는 위스키·와인·특정 화학제품·의료기기 등에 대해 0% 또는 15% 미만의 세율을 요구하고 있다.

최종 목록이 확정되기 전 과도기에는 주류·와인에 대한 미국 관세가 15%로 상향 적용된다. 이는 기존 0~6% 수준에서 대폭 뛰는 수치로, 관련 업계에는 가격 인상 압박이 불가피하다.


Section 232조란?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권을 부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항을 근거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왔다. 즉 해당 품목은 별도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이번 15% 기본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문가 시각*편집자 주: 다음 내용은 기사 배경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이다.

현재 27.5%에서 15%로의 인하는 관세 차익만 12.5%포인트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들은 관세가 인하될 경우 미국 내 고급 수입차 가격이 수천 달러씩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지연이 길어질수록 제조사·딜러·소비자 모두가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특히 독일 자동차 산업은 미국 시장 매출의존도가 높아, 관세 인하 시 판매량 반등이 기대된다. 반면 미국 내 조립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EU 제조사는 비교적 타격이 더 크다. 스웨덴 볼보의 경우 이미 일부 라인을 중국ㆍ미국 공장으로 이전했으나, 완성차 대다수는 여전히 유럽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전문가들은 “행정명령의 지연은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과의 힘겨루기를 통해 정치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관세 인하가 ‘선거용 선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행정명령 서명이 늦어질수록 가격·공급망·투자 계획이 복잡해져 기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 미국 소비자는 고관세가 붙은 차량을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하고, 유럽 제조사는 시장점유율 유지에 비용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향후 일정 및 체크포인트

• 8월 7일 0시 1분 : 15% 기본 관세 발효 (자동차 등 Section 232 대상 제외)
• 10월 5일 : 운송·보관 중 물품에 대한 관세 면제 종료
• 미정 :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인하 행정명령 서명
• 미정 : EU-미국 공동성명 발표 및 세부 제품 목록 확정

또한 EU는 미국이 와인·주류 관세를 당장 15%로 인상하는 조치에 대해 ‘상호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만약 EU가 미국산 위스키·보번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경우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합하면, 관세 인하를 위한 최종 행정명령의 발효 시점이 향후 EU-미국 무역 관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