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 “관세는 서막일 뿐”
2025년 여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평균 15% 관세’를 새 표준으로 선언하자 뉴욕 월가는 술렁였다.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3.0%에 불과했던 미국 평균 관세율이 5배 급등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시뮬레이션이 현실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보호무역주의 2.0”이라 정의한다. 단순히 수치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GVC)이 재편되고 미국 경제의 물가·성장·금융 시장 구조가 10년 단위로 재설정되는 근본 변화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1. 현실이 된 ‘관세 드라이브’ – 데이터로 본 변화
구분 | 2017 | 2024 | 2026(트럼프안 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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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평균 관세율 | 1.5% | 3.2% | 15.2% |
관세징수액(억달러) | 340 | 930 | 4,800* |
무역의 GDP 대비 비중 | 26% | 23% | 20% 이하 |
* 블룸버그 전망(관세 인상안 100% 발효 기준)
- ① 세수 확대 효과: 단기적으로 재정 적자 축소 재원이 되지만, 소비자 가격 전가로 실질구매력을 제약한다.
- ② 투자 데이터: 2025년 2분기까지 외국인직접투자(FDI) 집행액은 전년 대비 –14%. 관세 인상 기대가 투자 의사결정 지연을 초래.
- ③ 공급망 이동: 멕시코·베트남·인도→美 관세 회피형 차선지로 부상, 미국 기업의 해외 매출총이익률(GPM) 2024년 28%→2027년 25% 예상.
2. 인플레이션 구조 전환 – ‘관세발 코스트 푸시’
미국 CPI 구성 중 재화(goods) 비중은 36%에 불과하나, 관세가 집중되는 영역은 대부분 재화다. ISM 조사에 따르면 관세 이전 제품의 평균 원가 상승률은 6.8%p. 이를 Federal Reserve of Dallas의 Pass-through elasticity(0.25)에 대입하면 헤드라인 CPI 1.7%p 상방 압력이 발생한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작동하더라도 관세라는 구조적 인플레이션 변수 앞에선 ‘상쇄효과’가 제한적이다.” – 필자
결국 2026~2028년 연준은 목표물가 2%를 상회하는 3%대 평균 CPI에 적응(adapt)할 가능성이 크다. ‘고착적 물가-중립금리 상향’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10년물 국채금리는 4.5~5.0%의 새로운 레인지를 형성할 것이다.
3. 밸류체인 재편 – 제조 르네상스인가, 비용 함정인가
① 리쇼어링 투자 : 2024년 한 해에만 발표된 미국 내 신규 제조 설비(5천만 달러 이상)는 2,260억 달러.
② 단위 인건비 상승 : 시카고 FRB 추계에 따르면 중국→미국으로 생산 이전 시 가공단계 임금은 4.3배, 에너지·물류 포함 총원가 1.9배.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생산 확대 = 기업 마진 축소라는 역설로 이어진다. S&P500 제조 대형주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15.6%에서 2030년 12% 초중반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4. 증시·섹터 영향 – 장기 포트폴리오 전략
가. S&P500 EPS 장기 성장률 재산정
관세 충격과 비용 상승을 반영, 2026~2030년 연평균 EPS 성장률 베이스라인을 9%→6%로 하향해야 한다. 이에 따른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는 PER 21배→18배가 합리적이다.
나. 수혜·피해 업종
- + 국내 인프라·설비 투입재 : 철강·산업용 가스·전력 설비. Buy&Hold 전략.
- + 멕시코·캐나다 매출 비중 높은 수입대체 소비재 : 음식료·가구 OEM.
- – 글로벌 부품 분업 의존 : 가전·통신장비·중저가 의류. EPS 하향 스파이럴 위험.
- – 대외 매출 50% 이상 IT HW : 세트 업체 관세 부담이 부품단 낙수효과로 전가.
다. 투자 아이디어
Reshoring Infra ETF(가상 코드 RSHR)와 Mexico Manufacturing Leaders ETF(MEXM)를 코어 포지션으로 편입, 밸류체인 이동 메가트렌드를 추종.
5. 연준·재무부 정책 콜라보 시나리오
관세가 세수 확대를 유도한다 해도 재정건전성 지표는 2028년 이후 악화될 가능성. 관세 수입 4,800억 달러 vs. 연간 순이자비용 1조 달러 규모로 격차가 확대된다. 재무부는 국채 발행 듀레이션을 3년 이하로 더 짧게 유지하며 금리 리스크를 분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관세발 물가가 구조적 요인임을 인정, R*(중립금리) 가이드를 0.5%p 상향 조정할 잠재적 동인을 갖는다.
6. ESG·지정학 리스크 – 투자 체크리스트
① 탄소배출 : 국내 복귀 공장은 친환경 설비 CAPEX를 선투자하지 않으면 2030년 이후 각 주별 배출권 비용 부담이 급등.
② 동맹국 관계 : EU·일본의 ‘야구 계약금’이 비구속적이란 점에서 정치적 변수로 남음.
③ 중국 반격 : 희토류·태양광 폴리실리콘 수출 통제 시, 미국 청정에너지 밸류체인 타격.
7. 결론 – “낮은 관세 시대는 끝났다”
관세 인상은 단기엔 정책 승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인플레이션·마진 하락·성장률 둔화라는 빙산이 숨어 있다. 투자자는 ‘방어적 내수’와 ‘밸류체인 수혜’ 두 축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연 3%대 물가와 18배 PER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2026~2035년 미국 자본시장 생존 전략이다.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