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발(Reuters)―미국 대표 생활ㆍ뷰티 브랜드인 Bath & Body Works가 대학 서점에 본격 진출하며 새로운 유통 전략을 가동한다. 이는 자사 직영 매장 중심이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처음으로 벗어나는 움직임으로, Z세대라는 ‘젊은 소비 권력’을 겨냥해 판로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ath & Body Works는 Barnes & Noble 및 Follett Corp 등 미국 전역 600여 개 캠퍼스 서점 운영사와 제휴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Boston College, Vanderbilt University 등 주요 명문대 서점 안에 Shop-in-Shop 형태로 매장을 설치하고, ‘Mahogany Teakwood’ ‘Champagne Toast’ 등 인기 향수와 캔들·핸드비누·바디케어 제품을 판매한다.
다니엘 히프(Daniel Heaf)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직영(Direct-to-Consumer·DTC)과 도매(Wholesale)로 구분하던 전통적 시장 구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강조하며, “제3자 유통망 확대가 미래 성장의 열쇠”라고 밝혔다. 히프 CEO의 취임은 2025년 5월로, 그는 ‘어려운 한 해’를 보낸 뒤 지휘봉을 잡았다. 회사 주가는 지난 2년간 24% 하락해 S&P 500 지수 편입이 해제됐으며, 8월 5일(현지시간) 기준 28.93달러로 장을 마쳤다.
왜 하필 대학 서점인가 ─ 리서치 기관 모닝스타(Morningstar)의 제이미 카츠(Jaime Katz) 애널리스트는 “대학 서점은 막대한 자본투입 없이도 젊은 소비자의 취향과 수요를 실험적·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비옥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 소비자가 집을 떠나 새로운 생활권을 형성하는 시점에 브랜드와의 관계를 유지·심화할 수 있는 창구”라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Piper Sandler가 4월 발표한 설문에서는 틴에이저의 향수 구매액이 전년 대비 22% 급증해, 향수가 10대 뷰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으로 확인됐다. 이는 Bath & Body Works의 대학 서점 진출 전략이 ‘고객·제품 매칭’ 측면에서 시의적절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나이키 출신 CEO의 실험 ─ 히프 CEO는 합류 이전 Nike에서 디지털 DTC 사업을 이끌었다. 팬데믹 직후 나이키가 제3자 리테일 의존도를 줄이고 온라인·직영 매장 판매를 강화한 전략은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였으나, 이후 신제품 파이프라인 부진이 겹치며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실패 원인을 ‘상품 신선도 부족’으로 지목하며, 히프 개인은 여전히 ‘혁신가’로 평가하고 있다.
“Bath & Body Works 주가 29달러는 저평가 구간”이라고 카츠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그는 회사가 탄탄한 영업이익률과 미·중 관세 이슈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급망을 보유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과제도 존재한다. 카츠는 “비누·립밤·Wallflower※ 등 제품군이 방대해 소비자가 브랜드 카테고리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했다. 히프 CEO는 이에 대해 “판매 상위 품목 중심으로 라인업을 간소화하고, 디지털 접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Wallflower는 전기 콘센트에 꽂아 실내용 향을 자동 분사하는 플러그인 방향 디퓨저를 지칭한다.
Bath & Body Works는 연 매출의 3~4%를 마케팅에 투입해 왔으나, 히프 CEO는 “소수 캠페인을 깊이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스타그램 영상처럼 스토리텔링 중심 콘텐츠를 강화하면, 구매는 지연되더라도 브랜드 인지도는 확실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용어 해설: DTC(Direct-to-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는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브랜드가 자체 플랫폼이나 직영 매장을 통해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모델이다. 최근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많은 글로벌 브랜드가 시도했으나, 재고 부담과 상품 회전률 관리가 어려워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다.
전망과 리스크 ─ 기자의 시각에서 보자면, 대학 서점은 소매 유통의 ‘화이트 스페이스’다. 1인실 기숙사 증가, 룸메이트 문화 변화 등 캠퍼스 라이프 환경 자체가 ‘향’과 ‘라이프스타일 소품’ 수요를 키우고 있다. 다만 600개라는 숫자가 결정적 모멘텀을 제공하려면, 재고 관리와 브랜드 포지셔닝이 관건이다. 제품 구성을 과도하게 축소하면 브랜드 다양성이 훼손되고, 과도하게 확장하면 소비자가 메시지를 혼동할 수 있다.
또한 Z세대는 SNS 기반의 ‘초(超)분절형’ 취향을 보인다. 동일 제품이라도 향(香), 비주얼, 윤리적 가치가 일치해야 지갑을 연다. 결국 Bath & Body Works의 과제는 ‘오프라인 경험’과 ‘디지털 서사’를 동시에 설계해, ‘시험→공유→구매’의 선순환을 구축하는 데 있다.
종합적으로, 대학 서점 모델은 상대적으로 낮은 CAPEX설비투자로 브랜드 경험치를 높일 수 있는 테스트베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지속, 미·중 통상 변수, 온라인 채널 의존도 등이 내재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매출 추이 및 주가 흐름이 ‘대학 서점 실험’의 성패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