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워싱턴발】 2025년 5월 14일,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가 공개한 사진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리츠칼튼 호텔에서 만나는 장면이 포착됐다.
2025년 8월 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시리아산 제품에 대해 무려 41%의 관세율을 책정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웠다. 이는 불과 석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시리아가 빛날 차례”라며 대(對)시리아 제재 전면 해제를 선언했던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 관세 부과 전후의 급격한 정책 선회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5월 리야드 연설에서 수십 년간 유지돼 온 미국, 영국, EU의 대시리아 제재를 전격 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7월 31일 자 미국 대통령실 문건에 따라 시리아는 41% 추가관세 대상국이 됐다. 이 관세율은 ‘무역적자 보정’을 명분으로 하며, 4월에 발표된 논란의 ‘트럼프 관세 공식’을 토대로 계산됐다.
※ 용어 설명
1 관세(Tariff)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국내 산업 보호·무역 불균형 해소 등을 목적으로 한다.
2 국가테러지원국(State Sponsor of Terrorism)미 국무부가 테러 지원 국가로 지정해 경제·군사 제재를 가하는 제도.
■ 무역 규모는 미미하지만 상징성은 막대
관세 대상이 된다고 해도 양국 간 교역 규모는 극히 작다. 경제복잡성연구소(OEC)에 따르면 2023년 시리아의 대미(對美) 수출은 1,130만 달러, 수입은 129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관세의 상징적 효과가 경제 규모를 넘어선다”
고 중동 리스크 컨설팅업체 걸프스테이트애널리틱스의 조르조 카피에로 CEO는 지적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13년 내전으로 초토화된 시리아 경제는 막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없이는 재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고율 관세는 시리아가 미국과의 유의미한 무역 관계를 형성할 길을 틀어막는다”고 우려했다.
■ ‘국가 붕괴’ 직전의 인프라
시리아는 1979년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고, 2004년·2011년 두 차례 미국 제재가 강화됐다. 2014년에는 이슬람국가(IS)가 국토 일부를 점령했고, 국제 연합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2024년 12월 반(反)아사드 민병대가 다마스쿠스를 기습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린 뒤, 알샤라 임시정부가 등장했다.
현재 시리아 전력망의 3분의 2 이상이 가동되지 않는다. 알레포·다마스쿠스 등 대도시는 하루 20시간 이상 정전이 이어지고, 농촌 지역 다수는 전기가 전무하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A. 헬리어 선임연구원은 “지금 시리아 경제는 ‘어려움’이 아니라 항상 붕괴 직전”이라고 평가했다.
■ 카타르·사우디·UN, 전력 공급 구원투수 자처
카타르는 개발기금(Qatar Fund for Development)을 통해 아제르바이잔·터키를 경유해 가스를 시리아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공급이 현실화되면 500만 명 이상이恩 40% 추가 전력을 기대할 수 있다. 파하드 알술라이티 QFFD 국장은 “재건을 위해 미국 재무부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현 관세는 미국과의 호혜적 무역이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타격”이라고 말했다.
■ ‘정치적 목줄’인가, ‘협상 카드’인가
전문가들은 41% 관세가 실제 수치보다 정치·외교적 신호로 작동한다고 본다. 카피에로 CEO는 “워싱턴이 시리아 새 정권을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등 특정 정치행보로 유도하기 위한 ‘목줄(leash)’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불안정 지역에서 자칫 내전이 재점화될 위험도 크다. 미 토머스 배랙 시리아 특사는 알샤라 정부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하며 카타르 공동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백악관·국무부는 고율 관세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관세의 ‘심리적 파급력’ 주목
카피에로 CEO는 “경제적 손실 자체는 제한적이지만, 심리적·외교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워싱턴이 시리아 미래에 대한 지렛대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방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