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주 최저치로 후퇴…서비스업 둔화·OPEC+ 증산 우려 겹쳐

[원유 가격 급락] 9월물 WTI 선물과 RBOB 가솔린 선물이 각각 –1.40%, –0.42% 하락하며 1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려났다. 시장 참여자들은 에너지 수요 둔화공급 과잉 가능성을 동시 체감하고 있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7월 ISM 서비스업 지수가 예상을 밑도는 50.1로 떨어지면서 원유 수요 전망이 악화됐다. 같은 날 유럽연합(EU)에서도 7월 유로존 S&P 종합 PMI가 50.9로 하향 조정돼 경계심을 키웠다. 경제지표 악화는 경기 민감도가 큰 에너지 섹터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평가다.

시장 불안은 주말 회동에서 확인된 OPEC+의 추가 증산 계획이 증폭시켰다. 이 연합체는 9월 1일부터 일일 54만7천 배럴을 추가 공급하기로 하면서 2026년 9월까지 누적 220만 배럴의 감산을 모두 회복한다는 로드맵을 재확인했다. OPEC+는 “수요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생산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1이 발언만으로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8월 8일까지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JPMorgan Chase는 “러시아 수출 물량이 연간 450만~500만 배럴에 달하는 상황에서 세 자릿수 관세가 현실화되면 시장은 ‘공급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U도 러시아산 원유 제재 고삐를 죄고 있다. 새 패키지는 러시아 은행 20곳을 SWIFT에서 배제하고, ‘세탁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러시아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사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로써 제재 대상 ‘그림자 선단’은 400척을 넘어섰다.

국제유가 추이 그래프

선박 저장 물량은 다소 호전적이다. 조사기관 Vortex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의 원유 재고는 주간 –15% 감소한 7,912만 배럴로 집계됐다. 재고 축소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투자자들은 OPEC+ 공급 확대와 상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EIA(에너지정보청) 주간 보고서(7월 25일 기준)에 따르면 미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6% 낮았고, 가솔린 재고는 –0.7%,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5.2%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미 원유 생산량은 1,331만4천 배럴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배럴)보다 근소하게 낮았다.

석유서비스업체 베이커 휴스는 8월 1일 주간 미국 내 가동 원유 시추 굴착기 수가 410기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이며, 2022년 12월 고점(627기) 대비 34.6% 줄어든 수치다.

ISM 서비스업 지수는 미국 서비스 산업의 경기확장을 50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대표 지표다. 지수가 50선에 머물렀다는 것은 확장과 위축의 경계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RBOB 가솔린은 미국 동부 규격에 맞춰 거래되는 가솔린 선물로, 여름철 성수기 평균 가격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따라서 WTI와 RBOB의 동반 하락은 소매 휘발유 가격 압력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정제마진(Gross Refining Margin) 축소라는 이면도 지닌다.

전문가 시각
마켓 인텔리전스 업체들은 “OPEC+가 감산을 무던히 뒤집는 동안 경제 지표는 수요 정체를 암시하고 있다”면서 “연내 WTI 가격은 배럴당 65~85달러 범위에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러시아발 지정학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90달러선을 단숨에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OPEC+ 회담

결국 단기 가격 향방은 ① 글로벌 서비스업 경기 회복 속도, ② OPEC+의 실제 증산 이행률, ③ 러시아산 원유 제재 강도라는 세 변수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용어 해설
OPEC+ :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카자흐스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참여하는 확장형 생산조정 협의체다.
Vortexa : 전 세계 유조선 이동 경로를 실시간 추적해 재고량을 추정하는 데이터 분석사다.
베이커 휴스 굴착기 수 : 미국·캐나다에서 현재 가동 중인 시추 장비 대수를 주간 단위로 집계해 업스트림(탐사·생산) 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지표다.


투자자들은 주간 EIA 재고 발표(8일), 미국 소비자물가 발표(9일), 그리고 OPEC 월간 보고서(13일)를 차례로 주시하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원유 시장 참가자들은 “단기 숏-커버링(공매도 청산)이 나올 경우 급등 탄력이 강할 수 있지만, 중장기 추세는 하향 안정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